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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산골 소년 첫사랑 분투기 : 첫사랑 모두를 위한 동화
저자 이성아
출판사 기역(ㄱ
출판일 2024-10-31
정가 15,000원
ISBN 9791191199482
수량
눈 큰 놈 …… 010
소문 …… 022
양희의 빨간 에나멜 구두 …… 037
뜨겁고 달콤한 여름날 …… 048
어디까지 왔다요? …… 064
귀신의 일 …… 076
눈 내린 날 …… 093
간첩신고 …… 112
저자의 말

변하지 않는 것은 보석이 된다

깊은 산속 마을에는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들이 없습니다. 대형 백화점이나 마트도 없고 색색깔 조명을 켠 멋진 카페, 레스토랑도 없습니다. 놀이동산 같은 건 꿈도 꾸지 마세요. 그 옛날에는 더 했답니다. 아스팔트 도로 같은 게 없으니 자동차가 다니지 않는 건 당연하고요. 학교 갈 때 한두 시간 걷는 건 가벼운 몸풀기죠. 생선이랑 신발, 가방을 사러 장에 가거나 물건을 팔러 큰 도시로 나갈 때는 하루종일 산길을 걸을 때도 있으니까요. 자기 몸보다도 더 무거운 짐을 이고 지고 말입니다.
한밤중에 산속에서 길을 잃는 건 얘깃거리도 못 돼요. 침낭이 다 뭐랍니까? 마침 동굴이라도 있으면 하늘이 도우신 것이고, 날씨만 춥지 않다면 나뭇잎 이불 삼아 몸을 누이는 거지요. 이제나저제나 장에 간 아버지를 기다리던 아이들은 칠흑 같은 먼 산만 바라보다가 잠이 들겠지요. 먼 데서 호랑이 울음소리라도 들리면 그날 잠은 다 잔 거랍니다.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이야기냐고요? 아니요. 겨우 4, 50년 전, 지리산 산골마을 이야기랍니다.
그 시절, 산골마을은 문명의 편리함을 누릴 수 없었고 가난했습니다. 하지만 말입니다, 넘치도록 풍요로운 게 있었습니다. 그건 자연의 신비와 인정입니다. 산골마을 사람들은, 별과 달과 바람이 전하는 말을 이해했습니다. 비록 가난하지만 나눌수록 따뜻해지는 우주의 비밀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뭐 대단히 아는 척하지 않습니다. 그냥 살다 보니 그렇구나 할 뿐입니다. 그냥 살다 보니, 그곳이 명당자리가 되었듯이 말입니다. 세월이 흘러, 지금 그것은 돈으로 바꿀 수 없는 가치가 되었습니다.

변치 않는 것은 보석이 됩니다.

산골 소년소녀들의 가슴을 콩닥거리게 만든 풋풋한 첫사랑의 예감도 변치 않았겠죠. 이 글을 세상 모든 산골 소년소녀들에게 바칩니다.
- 이성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