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대에 놓인 청소년의 내면을 진솔하고 깊이 있게 그린
제2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작
‘서초동 법원 단지 앞 꽃마을 비닐하우스촌’이라는 긴 이름을 가진 빈민촌. 비닐과 보온용 덮개를 덕지덕지 덮어씌운 길쭉한 하우스 한 동에 보통 네댓 집이 칸을 막고 사는 까닭에 옆집에서 방귀 뀌는 소리까지 다 들릴 정도다. 그래서 이곳 사람들은 서로의 사정을 속속들이 알고 지낸다. 윤제는 초등학교 6학년에 이곳으로 이사를 온다.
어느 날 담임 선생님이 윤제네 집을 방문하겠다고 하고, 윤제는 집이라고도 할 수 없는 곳에 선생님을 데리고 갈 수가 없어서 그길로 수업을 빼먹는다. 다음 날엔 학교에 가는 것이 두려워 아예 결석을 해 버린다. 결석은 가출로 이어지고, 아이들과 좀도둑질을 하는 새대가리파 두목 용호와 한패가 된다. 이후 윤제는 어머니의 노력으로 다시 학교생활을 열심히 하며 중학교에 입학하지만, 용호 패거리가 윤제를 범죄의 나락으로 또 한 번 끌어들인다. 윤제는 힘겹게 빠져나오지만 뒤늦게 특수절도 행각이 발각되어 마침내 소년분류심사원까지 가기에 이른다. 이른바 촉법소년이 된 것. 윤제는 한 달 남짓 그곳에서 생활하며 자유라는 것과 자신에 대해 돌아보게 된다.
윤제는 특히 어머니를 비롯한 가족의 노력과 사랑, 친구들의 응원으로 집에 돌아오지만, 윤제를 둘러싼 환경은 여전히 힘겹기만 하다. 비닐하우스촌이 철거 위기를 맞으면서 결국 하나둘씩 하우스촌을 떠나고, 마지막까지 천막을 치고 남아 시위를 한 윤제네는 결국 적은 돈이나마 보상을 받고 이사를 가게 된다. “도배지가 뜯겨 나가 너덜거리고 곳곳에 쥐똥이 흩어져 있”는 새집은 비닐하우스보다 크게 나을 것은 없지만, 이곳에서 윤제는 하늘을 보며 사다리를 타고 위로 올라갈 미래를 꿈꾼다.
꽃마을에서 피어난 세월
20년 만에 다시 느끼는 감동
서울 인근에서 일어난 재개발로 쫓기듯 자신들의 터를 떠나 꽃마을로 밀려온 사람들. 전입 신고조차 안 되고, 훗날 서초에 들이닥친 재개발로 인하여 또다시 떠나야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