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오르는 것들로 가득해!
아이가 컵에 주스를 따르며 신이 나서 이야기한다. “주스가 점점 차오르지? 차오르는 게 얼마나 많은지 알아?” 하며 엄마에게 차오르는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비가 오면 마당에 놓인 우리 집 강아지 밥그릇에 빗물이 차오르고, 욕조에 따뜻한 물이 차오르면 머리 위로 뭉게뭉게 구름이 차오른다. 두 볼에 숨을 가득 담아 후우 하고 풍선을 불면 풍선 속에 공기가 점점 차오른다. 그리고 풍선의 공기를 다시 들이마시면 배가 풍선처럼 차오르겠지? 재미있는 상상을 하며 세상에 가득한 차오르는 것들을 하나하나 둘러본다. 그런데 엄마 배도 점점 차오른다! 엄마는 많이 먹지도 않았는데 왜 배가 자꾸 차오르는 거지?
내 마음을 어떻게 표현하지?
좋아하는 것을 대하는 아이의 순수한 마음을 하나의 단어로 비유해 보여 주었던 『기울어』의 이탁근 작가가 신작 『차올라』로 돌아왔다. 더욱 풍부하고 다양해진 감정에 ‘차오르다’라는 말을 대입해 직관적으로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을 보여 주는 그림책이다. 차오르다는 물과 같은 물질이 일정한 공간을 채우며 어느 높이에 다다를 때까지 오르는 것을 의미한다. 또 감정이 마음속에서 점점 커지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책의 주인공도 주스나 빗물이 차오르는 것으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리고 이내 날 괴롭히는 친구 때문에 화가 차오르다가도, 짝꿍이 위로해 주면 금세 두 볼이 발그레 차오르는 등 다양한 감정의 영역까지 차오르는 것들을 탐색하고 대입하며 표현하고 있다. 만약 주변에서 스스로의 마음을 이렇게 표현하는 아이를 보게 된다면 그 시적인 표현력과 아이다운 상상력에 감탄하고, 보이는 그대로, 느끼는 그대로 표현할 수 있는 아이들만의 맑은 눈과 목소리에 절로 공감하게 될 것이다. 차오르는 것들은 주인공의 일상 속에 늘 존재한다. 아이의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던 차오르는 것들은 자연스럽게 가족에게로 향한다. 엄마의 배, 그 속에서 자라는 동생, 동생을 낳으러 간 엄마를 기다리는 그리움 그리고 동생이 태어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