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에게 불러 주던 자장가가
외계인에게 보내는 신호였다면?
학교 수업, 아르바이트, 집에 돌아와서는 고양이 코트 재우기까지 마치고 난 후에야 무한 자신만의 하루가 시작된다. 동요 「반달」을 들어야만 잠이 드는 코트에게 밤마다 할아버지가 노래를 불러 주었지만,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뒤로 노래는 무한의 몫이 되었다. 여느 때와 같이 코트를 재우고 이제 막 책상에 앉는 순간, 집이 흔들리며 엄청난 빛이 들어온다. 겨우 정신을 차리고 밖으로 나가 본 무한은 온몸이 반짝이는 수상한 사람 아니, 외계인과 마주한다. 자쉬드 행성에서 온 휴 빌이라는 남자는 무한의 신호를 받고 이곳에 왔다는데……. 휴 빌의 말에 무한은 담담히 한마디를 건넨다. “조심히 가세요.”
사계절출판사의 짧은 소설 시리즈 독고독락에 맞춤한 『갤럭시 바이크』는 빠른 전개로 시작부터 독자를 사로잡은 후 예상과 다른 전개로 당혹감을 안겨 준다. 외계인이 눈앞에 있는데 놀라기는커녕 지금 너무 피곤하다며 보내 버리는 주인공이라니. 황당한 이 한마디는 무한의 일상을 들여다보면 되레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한다. 무한의 하루에는 어떤 이야기가 들어 있고, 그 하루 속에서 무한은 외계인에게 어떤 신호를 보냈던 걸까.
어제가 가장 소중한 무한 앞에 펼쳐진
어제와 다른 오늘
할아버지와 단둘이 살던 무한은,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혼자가 된다. 아르바이트를 하고, 필요 없는 물건을 중고로 팔아 번 돈으로 ‘짠테크’를 하며 자신의 삶을 꾸려 나가는 무한. 마감 할인 물건을 사기 위해 저녁 늦게 마트로 향하는 무한은 먼 미래를 꿈꾸기는커녕 당장 오늘도 버겁기만 하다. 무한에게는 오늘보다 어제가 더 소중하다.
일상을 흔드는 새로운 상황은 결코 반가운 일이 아니었다. 어제와 다른 오늘이 아니라, 어제와 같은 오늘이 더 좋은 거라고 생각했다. (28쪽
무한은 사회적으로 보호받아야 마땅한 자립 청소년이지만, 할아버지가 남긴 집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 스스로 삶을 책임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