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1장. 나목(裸木의 사상 ? 박수근과 박완서의 경우
2장. 생존주의 욕망기계 ? 김기영의 시네마
3장. 서바이벌리스트 모더니티란 무엇인가?
4장. 생존주의적 통치성과 근대의 꿈 ? 박정희를 중심으로
5장. 한국 자본주의 정신 ? 정주영을 중심으로
6장. 신자유주의적 서바이벌리스트의 초상
7장. 생존주의, 사회적 가치, 그리고 죽음의 문제
8장. 민중의 자기초월 ? 민중신학에서 생태계급까지
9장. 21세기 생존주의의 재구성 ? 공(公, 케노시스, 인류세
참고 문헌
출처
살아남기 위해서였음을 왜 말하지 않았던 걸까?
한국의 20세기를 이끌었던 의식은 무엇이었을까? 그때 우리가 살면서 제일 중요하고 치열하게 좇았던 가치와 욕망은 무엇이었을까? 한국사회의 집합 심리를 예각적으로 탐구해 온 사회학자 김홍중은 전쟁, 독재와 민주화, 그리고 급격한 경제성장을 통과하면서 우리가 ‘마침내’ 살아남을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동력으로 ‘생존주의(survivalism’를 제시한다.
생존주의에 의하면, 세계는 정글이다. 경쟁과 도태의 공간이다. 생존주의자에게는 살아남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따라서 생존에 도움이 되지 못하는 가치들은 배제되거나 우선순위에서 밀려난다. 한국의 20세기는 살아남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며 이에 방해되는 것들을 피하거나 제거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생존주의로 특징지어진다.
그동안 한국의 근대를 설명하는 여러 이론들이 있었다. 서구의 제도들을 빠르게 수용하며 근대화 과정이 복잡하게 혼재된 ‘압축적 근대성’, 정치와 경제에 과도한 중심성이 부여되는 ‘환원근대’, 냉전 시기의 전쟁과 군대를 중요시하는 ‘군사화된 근대성’, 유교를 주된 문화적 자원으로 두고 동아시아 유교 문명의 큰 틀 위에서 한국 근대를 바라보는 ‘유교적 근대성’ 등이 다.
그런데 이 이론들은 역동적이고 복합적인 시간을 직접 겪어내고 살아낸 시민들의 삶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했다. 살아남기 위해 살아내기 위해 우리가 감내해야 했던 서글프고, 야비하고, 모질고, 집요해야만 했던 순간들 면면에 가닿지 않았다. 분명히 존재했던 순간들임에도 우리는 왜 이 순간들을 움켜쥐지 않았던가? 살아남는 것이 그토록 중요했음에도 이야기되지 않느라 한국의 근대, ‘K-모더니티’의 문은 완전히 열리지 않았다. 이 책이 제시하는 생존주의라는 열쇠를 통해 이제 우리는 문을 완전히 열고 20세기 한국사회를 비로소 완연히 이해하고 그다음을 떠올릴 수 있게 되었다.
살아남는다는 것이란 무엇인가?
김홍중은 한국사회에서 20세기 생존주의에 세 차례의 큰 변곡점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