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동남아시아를 알아가는 나만의 방법
1부 개성이 담뿍 담긴 천연의 맛: 샐러드 이야기
1. 태국 파파야 샐러드 쏨땀
이싼의 정체성과 쏨땀의 역사|맛의 차이를 내는 피시 소스
2. 미얀마 찻잎 샐러드 렛펫또
“모든 이파리 중에서는 렛펫이 최고”|미얀마의 현실을 닮은 렛펫또
3. 인도네시아 땅콩 소스 샐러드 가도가도
17세기 자바섬에서 시작된 혼종 요리|다양성을 버무려 하나의 맛으로
4. 라오스 죽순 샐러드 숩 너마이
숩일까, 수프일까?|숩에 스민 라오스의 역사
5. 말레이시아-싱가포르 로작
다문화 사회에서 탄생한 샐러드 요리|싱가포르 로작과 호커 센터
2부 이주민의 애환이 담긴 고향의 맛: 국수 이야기
6. 베트남 쌀국수 퍼
공장 지역 음식에서 하노이의 명물이 된 퍼|식민 통치와 분단의 역사-사이공식 퍼의 탄생
7. 태국 볶음면 팟타이
국수 장려 정책으로 탄생한 ‘태국식 볶음 쌀국수’|미식 외교와 글로벌 음식 팟타이의 자부심
8. 인도네시아 볶음면 미고렝
마자파힛 비문에 새겨진 이름|‘한 봉지의 행복’이 담긴 서민 음식
9. 필리핀 볶음면 빤싯
중국의 면에 스페인의 문화를 더한 국민 요리|필리핀 역사의 한 가닥, 빤싯
10. 싱가포르-말레이시아 커리 국수 락사
이주민과 현지인의 만남이 낳은 혼종 요리|생선으로 맛을 낸 아쌈 락사와 페낭 락사|코코넛 밀크로 만드는 뇨냐 락사와 카통 락사
3부 국적과 인종을 뛰어넘는 아시아의 맛: 볶음밥 이야기
11. 미얀마 볶음밥 터민ㅤㅉㅛㅤ
인도식도 아닌 중국식도 아닌 미얀마식|시대에 따라 변해온 알록달록 터민ㅤㅉㅛㅤ
12. 인도네시아 볶음밥 나씨고렝
단간장과 새우 페이스트로 맛을 낸 볶음밥|나씨고렝 종주국 논쟁과 다문화주의
13. 태국 바질 볶음 팟 끄라파오
‘신성한 식물’ 홀리 바질로 맛을 낸 팟 끄라파오|태국판 IMF 위기와 레시피 논란
14. 싱가포르 치킨 라이스
기회의 땅, 말라야의 저렴한 한 끼
베트남 쌀국수 ‘퍼’, 인도네시아의 볶음밥 ‘나씨고렝’, 태국의 커리 ‘껭 키아오 완’…
제국주의와 식민지 역사가 빚은 시대의 맛
음식은 역사의 거울이다. 요리의 기원과 변천사, 재료와 조리법, 맛과 특색을 살펴보면 그 요리가 탄생하고 퍼져 나간 지역 사람들의 역사와 일상의 애환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동남아시아는 대항해 시대 이후 풍부한 천연자원과 이권을 노린 서구 열강 및 일본의 침략을 받았다. 오랜 식민 지배에서 벗어나 독립했지만 곧 근대화와 민주화라는 과제에 직면했고 내란, 쿠데타, 독재 등 여러 시행착오도 겪었다. 동남아의 대표 요리에는 때로 엄혹하고 때로 격렬했던 시대상의 향과 맛이 배어 있다.
베트남 쌀국수 ‘퍼’는 한국에서 가장 익숙하고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동남아 음식이다. 1975년 베트남 전쟁이 북부 베트남의 승리로 끝나면서 다수의 남부 베트남인들이 해외로 망명하거나 전쟁 난민이 되어 미국과 제3국으로 유입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과정에서 퍼는 세계화되었다. 베트남 쌀국수가 우리 식탁에 오르기까지 제국주의 통치와 냉전, 이데올로기 대립과 전쟁이라는 가볍지 않은 역사의 여정이 있었던 것이다.(75쪽
제국주의와 이데올로기의 폐해를 확인할 수 있는 또 다른 요리로 인도네시아의 볶음밥 ‘나씨고렝’이 있다. 한국, 일본, 중국의 ‘김치 논쟁’처럼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간 ‘나씨고렝 종주국’ 논쟁이 불거졌다. 세 나라는 오랫동안 종교와 음식 등을 공유하는 말레이 문화권에 속한다. 그러다가 서구 제국주의의 식민화로 강제 분할되었다. 인도네시아는 네덜란드의 식민지,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는 영국의 식민지가 되어 서로 다른 정체성을 키우게 된 것이다. 그러므로 이 종주국 논쟁은 원래 하나였던 문화권이 분리되면서 생긴 필연적인 현상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동남아시아의 역사를 알게 되면 이러한 종주국 개념 자체가 무의미하고 많은 요리가 각자의 사정에 맞게 발전 계승해 온 ‘모두의 음식’임을 알 수 있다.(141쪽
태국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