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노블은 예술인가, 치유의 도구인가,
순수한 즐거움인가?
열 개의 이야기로 만나는 그래픽노블의 세계
그래픽노블의 현재와 가능성을 탐구하는 열 편의 작품을 담은 책. 그래픽노블 개념사 연구, 작품 비평, 독자 에세이까지 다양한 시선의 이야기를 일곱 명의 작가가 글로 담아내고, 박소림의 〈그림자 붙이는 아이〉, 박주현의 〈무제〉, 박건웅의 〈구원〉 등 세 편의 단편 그래픽노블을 더했다. 이 책은 그래픽노블의 미학적 가치와 사회적 의미를 다각도로 조명하며, 예술성과 대중성, 사회적 발언과 개인의 치유가 교차하는 지점에 자리한 그래픽노블이 가진 독특한 매력을 보여준다.
그래픽노블이란 무엇인가?
언제부턴가 한국에서 ‘그래픽노블’은 상업적 만화와 대비되는 특징을 지닌 예술 형식을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장황한 설명보다도 ‘그래픽노블≠코믹스’, ‘그래픽노블=서구(유럽 만화’, ‘그래픽노블=예술 만화’라는 다소 거친 설명이 어쩌면 많은 이가 동의하는 그래픽노블의 모습에 가까울 것이다.
이는 ‘그래픽노블’이라는 용어가 처음 사용되고 확장되어 온 맥락과도 일치한다. 1960년대 후반, 미국의 만화 편집자이자 만화평론가인 리처드 카일은 《그래픽 스토리 매거진》에서 ‘그래픽 스토리’, ‘그래픽노블’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 이는 당시 주류였던 코믹스와는 다른, 성인을 위한 진지한 만화를 구분 짓기 위한 시도였다. 이후 1978년 윌 아이스너가 《신과의 계약》을 출간하며 스스로의 작품을 ‘그래픽노블’이라 명명했고, 1992년 아트 슈피겔만의 《쥐》가 퓰리처상을 수상하면서 그래픽노블은 하나의 독립된 예술 형식으로 인정받기에 이른다.
예술성과 대중성의 경계를 넘나드는 그래픽노블의 세계
이렇게 그래픽노블은 ‘예술 만화’로 분류되지만, 이는 단순히 실험적인 그림체나 난해한 서사를 담은 작품 형식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래픽노블은 전쟁, 정치, 사회적 차별, 개인의 트라우마 등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만화라는 매체가 가진 시각적 특성을 활용해 이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