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가득한 그림으로 평화를 얻는 그림책
나무는 흐른다
나무는 만난다
숨쉬는 빛깔
꿈틀거리는 생명을
나무는 채운다
나무는 춤춘다
나무는 품는다
눈을 맞추고 입을 맞추고 몸을 맞대어 하나가 된다
나무는 난다
그림책 <나무, 춤춘다>의 글은 이게 다입니다. 글은 몸을 낮추어 우리 눈을 자연스럽게 그림에 집중할 수 있게 합니다. 이 책의 그림은 나무 한 그루의 가장 꼭대기에서 시작합니다. 푸르게 자란 잎잎이 그 어여쁨을 뽐냈을 것 같은 나무 한 그루. 지금은 잎도 사라지고 줄기도 사라져 밑동만 남은 나무. 기다리는 건 죽음뿐인 나무. 그러나 이 나무의 생명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나무는 흘러흘러 새로운 생명을 낳고 자라고 꽃피고 화합하고 그것들과 하나를 이루더니 마침내 다시 새로운 세상을 피워 냅니다. 작가는 이를 ‘나무는 난다’고 표현합니다.
우리가 볼 수 ‘있는’ 세상에서는 줄기가 없어 끝내 말라 죽을 것만 같은 나무일 뿐이지만, 우리가 볼 수 ‘없는’ 세상에서는 훨씬 생명력 넘치는 모습을 펼쳐 보입니다. 작가는 이 모습을 마치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그림에 표현하여 작은 생명들에 숨결을 더해 줍니다. 그림은 알 듯 모를 듯한 추상화인 듯하지만, 조금만 마음을 기울여 바라보면 수없이 피어나는 생명들과 매우 가까이에서 마주할 수 있는 구상화입니다. 이제야 왜 작가가 뿌리 속 세상을 이처럼 표현했는지 조금은 알 것도 같습니다. 우리가 아는 우주가 커다란 우주의 겨우 한 부분일 뿐인 것처럼, 우리가 아는 나무 또한 그렇습니다. ‘나무 안에 우주가 존재하며 그 세상은 서로 끈끈하게 이어져 있다’는 사실을 작가는 우리에게 알려주고 싶었나 봅니다.
줄기와 가지와 잎사귀가 잘린 나무 그루터기 하나는 볼품이 없지만, 그 속에는 수많은 생명이 피워내는 우주가 꿈틀거립니다. 볼품없는 것들을 볼품없다고 바라보는 순간 정말 그것들은 생명을 잃고 말지요. 전쟁은 그렇게 해서 생겨납니다. 그림책 <나무, 춤춘다>는 허름한 것들을 보듬어 주는 평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