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머리에―고래를 그리는 마음 이한용
Preface―Drawing Whales from the Heart Hanyong Lee
에세이―시간의 안과 밖 브리타 슈미츠
Essay―In and Out of Time Britta Schmitz
Aufsatz―In and Out of Time Britta Schmitz
반구대의 고래
Whales of Bangudae
암각화 드로잉
Drawings of Petroglyph
암각화 탁본
Rubbings of Petroglyph
작가의 말―고래와 나 김혜련
Artist’s Note―The Whale and Me Heryun Kim
작가 약력
Biography
반구대 벽면에서 흰 캔버스로 옮겨 간 고래들
특유의 서정적 색채가 빛나는 작업들로 한국 화단에서 자신의 자리를 공고히 해 온 화가 김혜련. 과일과 신발 같은 사물부터 분단의 아픔을 간직한 국토의 풍경에 이르는 다양한 범주를 보여준 전작 『김혜련-분단의 풍경』(2013에서 그는 “작고 여린 것들을 통해 존재하는 것들의 강렬한 소리”를 들려준 바 있다. 2017년부터는 유화와 병행해 오던 먹 작업을 본격적으로 선보이며 선의 조형적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제 그는 직접 방문한 여러 박물관과 미술관, 유적지에서 역사적인 지식을 습득하고, 이를 확장시켜 작품화한다. 빗살무늬 토기 문양을 그린 〈나의 신석기〉(2018, 『조선고적도보』와 박물관 소장 유물들을 탐구하여 그린 〈예술과 암호-고조선〉(2019 등의 작품이 그 예이다. 또한 『훈민정음 해례본』을 필사하며 경험한 ‘정음(正音’의 공감각적 신체성을 수묵 연작 ‘정음’(2021으로 그려내기도 했다. 이 작품들을 포함, 그동안의 작업들을 책에 수록함으로써 작가가 걸어 온 발자취를 보여주고자 했다.
작가가 이번 『예술과 암호-반구대의 고래』에서 주목하는 대상은 1971년 발견되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후보가 된 울산 반구대암각화의 고래들이다. 반구대암각화는 한국에서 발견된 선사시대 암각화 유적 중에서 가장 오래되었으며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해양수렵도(海洋狩獵圖로, 수많은 동물 그림과 함께 고래 그림 58점이 새겨져 있다. 김혜련은 그 거대한 존재를 간결한 선으로 새겨 놓은 암각화에서 선사인들의 예술적 숨결과 고래를 향한 마음을 느끼고, 자신만의 초월적인 감정을 담아 그들을 흰 캔버스 위에 펼쳐 놓는다. 이를 지켜본 전곡선사박물관의 이한용 관장은 「책머리에-고래를 그리는 마음」에서 그 작업을 일컬어 “바위 속 순간의 기억으로 갇힌 고래들에게 찬란한 생명의 기운을 불어넣어 무한한 자유의 바다를 선물”하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고래들을 위한 천상의 수족관을 나만의 깊은 먹색과 모두를 따뜻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