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예술 작품이고 무엇이 예술 작품이 아닌가
현대 예술에 던져진 심오한 질문들
『이것이 새입니까?-브랑쿠시와 세기의 재판』은 재판의 쟁점과 진행 상황을 하나하나 보여주면서 여기서 제기된 다양한 질문들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도록 안내한다. 여러 증인들의 발언에 따라 원고와 피고의 의견이 엎치락뒤치락하고 재판관이 숙고하는 과정을 보면 한편의 법정 드라마라고 보아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아름다운 그래픽노블이 다루는 이야기는 단순한 판결 이상의 넓고 깊은 세계를 보여준다. 위대한 조각가 로댕 밑에서 주조 모형을 만들던 젊은 예술가가 미래에 가졌던 불안과 의구심으로부터 시작해 원숙한 조각가로서 추상조각을 선보이기까지 브랑쿠시가 자신의 예술 세계를 펼쳐보이는 데는 산업자본주의가 발전해나가던 20세기 초의 시대상이 반영되어 있다. 당시는 예술과 수공업, 대량 생산품, 기술과 기계 장치의 경계가 유연하게 흔들리고 있던 때였다. 따라서 브랑쿠시의 재판을 따라가는 일은 현대미술의 탄생과 성립을 목격하는 일이기도 하다.
이 작품의 또다른 재미는 20세기 초 활약했던 다양한 예술가와 작가들이 실명으로 등장한다는 점이다. 브랑쿠시의 스승 로댕뿐 아니라 다다이즘의 대표 주자 마르셀 뒤샹이 브랑쿠시의 친구 겸 재판의 적극적인 참관자로 등장하며, 현대 추상화의 길을 열었던 페르낭 레제가 예술적 동료이자 술친구로서 파리에 거주하는 브랑쿠시의 대화 상대가 되어 준다. 이밖에도 미국 조각가 제이콥 엡스타인이 재판의 핵심 증인으로 나서는가 하면, 실용주의 디자인의 선구자 장 푸르베, 모빌의 창시자 알렉산더 칼더, 세계적인 사진가 만 레이, <짐노페디>의 작곡가 에릭 사티, 다재다능한 작가 장 콕토, 부유한 미술 수집가 페기 구겐하임 등 예술사의 쟁쟁한 인물들이 중요하거나 사소한 인물로 여기저기 얼굴을 내민다. 말하자면, 『이것이 새입니까?-브랑쿠시와 세기의 재판』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역사적 인사들인 것이다. 사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야기라 당연한 일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