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상세보기

도서명 연기와 재 : 아편의 감춰진 이야기
저자 아미타브 고시
출판사 에코리브르
출판일 2024-10-25
정가 28,000원
ISBN 9788962632903
수량

01 여기 용이 있다
02 씨앗
03 ‘그 자체로 하나의 행위자’
04 친구이자 적
05 아편국
06 빅 브라더
07 시각
08 가족 이야기
09 말와
10 동부와 서부
11 디아스포라
12 보스턴 브라만
13 미국 이야기
14 광저우
15 전하이루
16 제국을 떠받치는 기둥
17 유사점
18 불길한 징조와 상서로운 징조

감사의 글

옮긴이의 글
서구 중심의 세계관이 서구뿐만 아니라 비서구에까지 스며들다

아미타브 고시는 중국과 국경을 맞댄 인도 서벵골주에서 태어나고 중국인 커뮤니티가 들어선 캘커타에서 자랐지만, 중국의 역사·지리·문화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하고 싶다고 생각한 것은 소설 《양귀비의 바다》를 쓰기 시작한 2004년이었다. 1962년 중·인 전쟁의 패배와 이후 중국을 향한 두려움·분노·적대감이 켜켜이 쌓인 때문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저자는 1962년 전쟁이 중국에 대한 관점을 형성하는 데 어떤 역할을 했을까 자문한 뒤 “중국에 대한 나의 시각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그 나라가 내 인식 속에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나는 이것이 중국뿐만 아니라 세계 전반을 바라보는 특정 시각, 즉 서구만이 지나치게 도드라져서 다른 모든 것을 보이지 않게 만드는 시각이 낳은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고백한다. 즉 서구 중심의 세계관이 서구뿐만 아니라 비서구에까지 스며든 현상에서 원인을 찾는다.

행위 주체성

중국은 우리의 물질적·문화적 삶에서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지만, 그 존재는 종종 주목받지 못한 채 간과되곤 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 질문과 씨름하는 과정에서 저자는, “내 세계에서 중국의 역사적 존재를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한 이유는 그것이 대부분 비언어적이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인다. 즉 중국은 대체로 근대사를 서술하는 데 큰 역할을 맡아온 ‘발전’ ‘진보’ 같은 모종의 담론적 개념과 연관되지 않았다.

달리 말해, 서구가 강박에 가까운 단어 및 개념의 정교화를 통해 영향력을 휘두른 반면, 중국은 관행의 확산과 사물을 통해 거의 보이지 않는 미묘한 방식으로 영향력을 행사했다. 사물은 말이 없는 데다 그 자체로 제 존재에 대해 설명하지 않기에, 사물이 실제로 소통하고 있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인식하려면 개념적 전환이 필요하다.

그런데 여기에 문제가 있다. 우리 앞에 놓인 물건들을 모두 사물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 이를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