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에서
7월 1일은
한 해의 절반이 지나고
나머지 반이 시작되는 날이며
반쪽의 인간이 다른 반쪽을 만나
온전한 인간이 되는 결혼기념일이기도 하다.
작년에 결혼 50주년 기념으로 월출산 도갑사
템플스테이 다녀오고 또 일 년이 후딱 지났다.
피고 지고 하는 저 꽃이
피고 지는 것으로 한 덩어리의 현재를 이루듯이
우리가 함께하는 시간도 그러하리라.
p. 9
시흥리 두산봉(일명 말미오름에 올라
시흥리를 내려다본다.
오죽하면 저 가난한 땅도 애써 구획지었을까?
돌담들 위로 해무,
해무 위에 식산봉과 일출봉이 떠 있다.
특별히 아름다울 것도 없는 이런 경관이
나에게는 무척이나 정겨운 이유는
낳지도 않고 살아보지도 않은 곳이지만
나의 고향이라고 스스로 주장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p. 212
겨울 함덕 해수욕장을 거쳐
서우봉에 올랐는데
눈은 눈앞에서 하얗게 내리고
바람은 파도를 하얗게 일군다.
원경의 한라산도
절반 이상이 하늘에 가렸는데
왜 이런 것들이 이리 찬란한가?
p. 3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