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간사 5
시작하며 11
제1장 하나의 진실한 세계
유식은 유심론인가 19
식의 구조 22
식의 4분설 25
주객 미분의 세계 36
마음이 움직이다 40
꽃이 피고 대나무가 울리다 46
심불가득 52
제2장 언어와 존재
불립문자 55
불교의 언어철학 59
언어는 실재와 일치하지 않는다 65
언어가 적용되는 것은 식 71
다만 이것, 이것 82
제3장 수행의 길
미혹에서 깨달음으로 91
단계적인 유식의 길 92
선의 『십우도』 122
분석적인 유식관 130
구체적인 선의 길 138
제4장 자기가 있는 곳
철학적 이치(哲理와 시 147
겨울과 봄 150
현상이 곧 실재 163
구체적인 세계에서 절대를 보다 170
제5장 지금을 살아가다
공간적 연기와 시간적 연기 185
큰 강물의 비유 187
찰나멸을 둘러싼 대론 189
연기는 가설된 것 192
현재에서 현재로 199
삼세심불가득(三世心不可得 200
다이세츠의 선적 자유 207
인과에 어둡지 않다 210
제6장 생사를 초월하다
윤회는 있는가 217
십이연기와 윤회 220
생사는 없다 232
자비와 서원에 의한 생사 243
‘신묘’한 삶의 방식 249
제7장 무공용의 경지
『능가경』과 『금강반야경』 253
움직이되 움직이지 않는다 262
무주처열반 275
제8장 불성과 부처
무자 공안 285
자기가 되게 하다 290
본유무루종자와 불성 300
사지(四智와 불(佛 304
지금 여기 자기의 부처 310
시정에 유희하다 320
후기 325
유식과 선의 계보 328
찾아보기 333
역자 후기 341
1.
인도에서 전 세계로 퍼진 불교는 ‘일의적인 가르침’이 아니라 ‘다양한 가르침’의 양태로 전변되어 왔다. 그중 유식불교는 중관불교(中觀佛敎와 함께 인도 대승불교의 두 기둥 가운데 하나로, 미륵(彌勒에 의해서 정초되고 세친(世親에 의해서 완성된 인도 교학불교의 최종적 열매이다. 한편 선불교는 초조인 달마로부터 중국의 육조 혜능에 의해 완성된 깨달음의 가르침으로, 대표적인 수행불교이다. 그렇다면 선불교와 유식불교는 전혀 다른 것인가? 불교라는 큰 바다 속에서 둘의 관계는 어떠한가?
선에는 돈오(頓悟라는 언어도 있는 것처럼, 이 세계에서 곧바로 깨달을 수 있다고 말한다. 이에 반해 유식에서는 어떠한 수행자도 초발심에서 부처가 되기까지 삼대아승기겁의 시간이 걸린다고 주장한다. 또한 유식에서 불도(佛道는 신심(信心으로 시작하는데, 선은 대의단(大疑團을 일으키라고 말한다. 사정이 그와 같다면 선과 유식은 대조적이자 대극적이며, 오히려 서로 허용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이기조차 한다. 과연 이 두 불교를 비교하고 참조하여 무엇인가를 얻을 수 있을까?
이 책은 상반된 입장에 있는 듯한 선과 유식이 대승불교라는 큰 흐름 안에서 같은 지향과 목적을 지니고 있음을 다양한 각도에서 탐구한다.
2.
이 책에서는 불교의 중요한 두 가지 사유체계이자 수행체계인 유식불교와 선불교의 특징과 차이점, 그리고 이 둘을 바라보는 중도적 관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먼저 유식불교는 일체는 ‘오직 식(識, 즉 마음의 현현에 지나지 않을 뿐 인식되는 대상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사유체계이며, 이 식을 지혜로 되돌려 고통을 소멸하고자 한다. 즉 분별을 본질로 하는 식을 무분별을 본질로 하는 지(智로 전변하는 것이다. 전식득지가 곧 해탈이며 부처인 것이다. 그런데 전식득지의 길은 돈오(頓悟가 아니라 지난한 점수(漸修이다. 삼대아승기겁의 수행을 거쳐야만 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선불교는 전식득지의 길, 해탈의 길, 성불의 길을 지난한 점수의 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