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십 년, 오십 년 된 우리 마을의
역사가 이렇게 흔적도 없이
사라져도 되는 걸까요?
“모두가 함께, 오래도록 기억하고
간직해야 하는 이야기가 여기 있어요.
바로 <시원탕 옆 기억사진관>에 말이에요.”
지금 우리 동네에서 일어나고 있을지 모르는 이야기
서울의 경리단길이라는 말을 들어 보았나요? 그렇다면 경주의 황리단길, 전주의 객리단길은요? 놀랍게도 이 ‘~리단길’이라는 명칭은 서울은 물론이고, 경주, 전주, 대구, 인천할 것 없이 곳곳에 퍼져 있습니다. 서울에는 ‘~리단길’이라는 단어로 끝나는 지역이 벌써 몇 군데나 있을 정도이지요. ‘~리단길’은 요즘 말로 핫한 지역을 칭하는 대명사가 되었습니다. 주로 독특한 인테리어의 가게들과 유행하는 음식이나 디저트를 파는 가게들이 몰려 있습니다.
그중 서울의 망리단길에는 주말이면 가게마다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과 카메라 셔터를 눌러 대는 사람들로 가득합니다. SNS에 올라오는 예쁜 음식들을 맛보고 싶어서 찾아간 사람들과 또 자신도 그 음식들을 사진으로 담아 자랑하고 싶은 사람들이겠지요. 그리고 시간이 갈수록 공사를 하는 곳들이 많아졌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건물을 부수는 소리, 새로운 건물을 짓는 소리로 하루가 시작될 정도이니까요.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면, 이 동네도 처음부터 ‘망리단길’이었을 것 같진 않습니다. 지도 상에는 망리단길보다 더 예쁜 ‘포은로’라는 멀쩡한 이름도 있습니다. 옛 주소를 찾아보자니 ‘망원동’이라는 정감 가는 이름도 있습니다.
잊혀져 가는 가게들, 그리고 잊혀져 가는 마을의 풍경
그렇다면 원래 이곳에 있던 가게들은 어떨까요? 상인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니 건물 주인들이 무리하게 월세를 올리는 탓에 벌써부터 이에 버티지 못해 가게 문을 닫은 곳들이 아주 많았습니다. 불과 1년도 되지 않아 수많은 새 건물들이 올라가고, 터줏대감처럼 동네를 지키고 있던 분식집, 사진관, 수선가게 등이 사라져 버린 것이지요. 한 자리에서 길게는 몇 십년씩을 운영해 오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