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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유신 사무라이 박정희
저자 홍대선
출판사 메디치미디어
출판일 2024-10-26
정가 20,000원
ISBN 9791157063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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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의 장소들
유신의 사건들

들어가는 말: 어떤 죽음에 붙이는 조사(弔詞

1장 씨앗: 바람이여, 흉포해져라
모든 것의 시작 / 전쟁은 어떻게 제사가 되는가 / 무쿠리고쿠리, 괴수의 이름 / 관념이 낳은 관념, 한반도 침탈

2장 잉태: 초대받지 않은 손님
에도시대, 태평성대의 사무라이 / 공장이 장인의 기술을 압도하다 / 무쿠리고쿠리의 재림, 미국 / 조슈와 사쓰마의 등장 / 만들어진 영웅들

3장 탄생: 신성한 타락
적을 이기기 위해 적을 배운다 / 사쓰마: 전쟁은 총력전이다 / 조슈: 끝까지 간다 / 승리와 멸망 사이 / 통치권의 행방 / 무사와 지사 / 지사, 탐미적인 사대부 / 벼락치기 근대국가 / 자기 파괴적 동력으로서의 유신

4장 팽창: 전쟁중독
조선의 유신 지사 김옥균 / 유신, 양무운동에 승리하다 / 그레이트 게임과 일본 / 뤼순의 떼죽음 / 피의 일요일과 인신공양의 승리 / 전쟁의 승패를 가른 등불 / 환영받지 못한 승전

5장 폭주: 정결한 세계를 지키는 야만
광무개혁과 대한제국의 죽음 / 한반도의 쌀을 탐낸 일본 / 이중수탈, 일본인 수탈을 위한 조선인 수탈 / 국가의 소유권자 / 다이쇼 데모크라시 / 민주주의와 민폰슈기 / 일본의 기사회생 / 중심 세계 일본의 원죄와 야만 / 국민을 삼킨 유신

6장 광기: 순수의 시대
만주를 뒤흔든 폭발 / ‘지사’를 갈망하는 폭력 / 가해자의 자리에 선 국민들 / 기타 잇키와 2·26사건 / 광기를 밀어낸 광기

7장 임종: 덴노 헤이카 반자이
난징학살과 전쟁 스포츠 ‘백 명 목 베기’ / 일본의 늪이 된 중국 / 전쟁을 위한 전쟁 / 일본은 반드시 패배한다 / 해방자에서 침략군으로 / 천황폐하, 이제 죽으러 갑니다 / 순수성 투쟁의 말로 / 가미카제와 1억 옥쇄, 죽음에 죽음을 더하기 / 전쟁 잔여물과 ‘최후의 사무라이’

8장 부활: 윤리적 세계와 미학적 세계
축복받지 못한 탄생 / 형의 그림자 / 피로 쓴 멸사봉공 / 붉은 유신의 마음 /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는 권력욕을 가리는 빈말이었을까?
일본의 유신 지사들도, 박정희와 김재규도 ‘유신’에 중독된 사무라이들이었다!

자신이 믿는 가치를 위해 죽어도 좋다는 유신의 관념은
번영과 전쟁의 사이에서 마침내 세계대전으로, 그리고 파멸로 일본을 이끌었다
유신 지사 박정희는 국가를 탈취하고 번영시키고 마침내 파멸 직전에 이르렀다
한일 역사의 문제적 인물들을 움직인 동력, 그것이 ‘유신’이다!

#1. 자네들은 ‘유신’을 계속하라!

1936년 2월 29일, 나흘 전 시작한 청년장교들의 쿠데타(2.26사건가 이제 막 종막으로 치닫고 있었다. 일본국 육군 제1사단 보병제3연대 제6중대장 안도 데루조 대위는 황도파 청년장교의 한 명으로서 군부 내 라이벌인 통제파의 상급자들로부터도 인정을 받을 정도로 신망이 두터웠다. 안도는 쿠데타를 말렸으나 결국 쿠데타가 일어나자 누구보다 열심히 현장을 지휘하고 사수하려고 했으나 역부족이었다. 토벌군의 투항 권유 방송이 계속되자 안도는 부하들에게 투항을 명령한 뒤 자신의 목을 향해 권총 방아쇠를 당겼다(즉사하는 데 실패하고 후에 사형당했다.

안도 데루조는 자결을 말리는 부하에게 이렇게 말했다. “자네는 전에 이 중대장을 혼낸 적이 있지. 중대장님, 언제 궐기하는 거냐고 말이야. 이대로 두면 농촌은 구할 수 없다면서. 결국 농민들은 구하지 못하고 말았네.” 다른 부하들에게는 이렇게 말했다. “자네들은 ‘유신’을 계속하라.”

‘쇼와 유신’을 내걸고 궐기한 청년 장교들과 그들의 사상적 지도자 기타 잇키는 이후 재판에서 사형과 투옥 등을 받으며 역사의 무대에서 퇴장당했다. 안도는 살아남은 부하들이 ‘유신’을 계속하기를 바랬지만 그의 꿈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안도 데루조의 유언과도 같은 말에서 ‘유신’은 우리가 익히 아는 역사책의 한 항목,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어떤 관념이고 정신이고 정념임이 드러난다. 그것은 자기가 속한 세계를 바꾼다는 믿음 아래 자기와 타인을 기꺼이 파괴해버리는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