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말_ 과학자가 되고 싶었던 한 소년의 이야기
영원하다는 것은 작고 단순하다
살아간다는 것은, 눈이 꿈을 꾼다는 뜻이다
기존의 발상을 뒤집은 땅속줄기
신을 믿지 않아도 믿음을 깨닫게 해 준 나무
녹말은 식물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었다
모든 생명은 세로로 되어 있다
전통과 새로움 속에서 고민해 온 식물
다양한 것들이 살아남는다
지하 세계의 찬란한 문명, 뿌리 자치 공화국
살아남기 위한 동행, 뿌리 고민
고정 관념에서 벗어난 뿌리의 다양한 발상
초월적인 힘을 가진 예술가, 식물의 무한한 능력
만능 엔지니어를 지향하는 식물의 잎
식물과 동물의 영원한 전쟁
모든 생명은 태양신을 믿으면서 살아간다
생명의 조화로운 시간, 그 공존의 법칙
식물의 시간이 멈추는 순간,
세상 모든 생명의 물결은 소멸할 것이다
살아 있지 않은 물질에서 살아가는 것들의 힘을 불러낼 수 있는 생명체,
기적을 이룬 식물들을 향한 한 소년의 한없는 경배!
자연을 그리는 화가가 되고 싶었던 아홉 살 소년은 어느 날 커다란 암소 한 마리를 책임지게 되었고, 그때부터 소가 좋아할 만한 풀들을 찾아다니며 숲에서 뒹굴었다. 우연히 파브르의 어린 시절을 그린 만화를 보고는 과학자가 되리라 포부를 다지지만,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꿈을 포기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를 한순간에 깨닫고 마는데….
풀꽃과 동물의 삶과 생명의 힘을 문학에 담아 온 작가 이상권의 신작 논픽션 『소년의 식물기』가 출간된다. 1994년 《창작과 비평》에 소설을 발표한 후 지금까지 다양한 장르에서 필력을 자랑한 작가는 『풀꽃과 친구가 되었어요』 등의 동화뿐만 아니라 『시간 전달자』로 대표되는 청소년 소설, 『애벌레를 사랑한 애벌레』『들꽃의 살아가는 힘을 믿는다』 같은 생태 논픽션을 출간했다. 그중 소설 『고양이가 기른 다람쥐』는 현재 고1 국어 교과서에 수록되어 있다.
『소년의 식물기』는 모두 16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글과 함께 작가가 직접 그린 식물 그림 40컷과, 그의 딸 이단후의 그림 136컷 등이 수록되어 자연과학적 지식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동화적 감성까지 두루 선사한다. 작가는 이 책에 “식물이란 자급자족하는 유일한 생명, 그러니까 가장 완벽한 존재라는 사실”임을 깨달은 계기가 되는 사건과 이야기 들을 엄선해 담았다. 또한 ‘머리 아홉 달린 괴물’ 같은 옛 이야기뿐 아니라 작가가 어릴 때 직접 경험한 에피소드들이 마치 동화처럼 ‘소년’의 이야기로 그려진다. 자연과 생명에 대한 애착은 소년이 가난과 아버지의 부재를 이겨내게 해주었고, 작가로서의 삶을 일구는 중심축이 되어주었다.
작가는 영원한 목숨을 가진 ‘히드라’의 삶에서 이야기를 시작하는데, 이는 파브르에 대한 오마주로 해석된다. 죽었다가 살아나는 동물 이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