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을 던지고자 하는 아이들
얼마 전 통계청에서 발표한 ‘2023년 사망원인 통계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0대의 자살률은 7.9명으로 1983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그만큼 정서적으로 불안정하고, 죽고 싶다고 생각하는 청소년 아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주인공 아룡 역시 요즘 아이들과 똑 닮았다. 다만 어린 시절 어느 날 훌쩍 곁을 떠난 아빠의 부재만 다를 뿐. 아룡은 모든 것이 시시하고, 나중에 죽으나 지금 죽으나 별반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 죽음을 고민하던 그때 뜻밖의 사건으로 아룡은 몸과 영혼이 분리되어 죽음 아닌 죽음을 맞게 되고, 오히려 잘되었다고 생각한다. 사실 아룡은 아직 모르고 있었다. 아룡의 곁에는 언제나 든든한 친구와 엄마가 있다는 사실을.
아룡이 삶에 대한 의지를 되찾는 7일의 시간을 따라가며, 청소년 아이들 역시 자기 주위를 돌아보고, 사람들에게 고마워하고, 자신 역시 사랑받는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특히 한 번쯤 스스로 생명을 버리고자 생각했던 청소년들이라면 가슴 깊이 공감할 것이다.
가족이란 이름으로 주는 상처와 치유
어쩌면 가족은 가장 소중하면서 동시에 가장 부담스러운 존재가 아닐까. 아룡의 엄마가 아룡에게 그러하듯이 말이다. 아룡에게 새아빠를 만들어 주고 싶다고 하면서, 정작 아룡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마음을 품었는지 살피지 않는다. 아룡도 엄마에게 “이럴 거면 대체 난 왜 낳은 거야?”라고 악다구니를 쓰기만 할 뿐,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다. 서로 알아주기만을 바라며 제대로 표현하지 않는 아룡과 엄마의 모습은 너무나도 익숙하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모든 것을 치유하게 하는 힘은 가족에 있다. 아룡이 깨어나자마자 한 “고마워.”라는 말 한마디가 엄마 정명선 씨의 마음을 한순간에 녹인 것처럼 말이다. 물론 가족이라 한들 서로에 대해 속속들이 다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서로의 울타리가 되어 주는 것, 그것만으로도 가족은 이미 필수 불가결하면서 소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