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판 지은이 서문 9
끝난 이후에 시작하기 14
첫 번째 실 17
두 번째 실 113
세 번째 실 199
시작 전에 끝내기 281
감사의 말 287
부록 : 생태학을 생각하기 - 그물망, 낯설게 낯선 자, 아름다운 영혼 291
옮긴이 후기 326
후주 343
찾아보기 389
시동 걸기의 기묘함 : 내가 형사이자 범인이다
지난 50년간 야생동물 개체군의 73%가 사라졌다고 한다.(한겨레, 2024.10.10. 2024년의 폭염과 긴 여름은 한국 사회가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것이었다. 기후 위기는 이미 이 행성과 인류를 덮쳤다. 다양한 분석과 대안이 제출되는 가운데 많은 과학자와 논평가가 화석연료 산업을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고 있다.
그런데 매일같이 차에 시동을 걸고 있는 우리가 있다. 티머시 모턴은 『어두운 생태학』의 여정을 이 일상의 사례에서 시작한다. 예년 같지 않은 폭염을 겪고 난 우리에게 시동 걸기 같은 행위는 예전 같지 않다. 시동을 걸 때마다 “슬금슬금 다가오는 무언가가 있다.”(26쪽 모턴에 따르면 시동을 걸고 있는 ‘나’라는 개인이, 대량으로 분산된 어떤 사물의 구성원이고, 이 사물이 종이라고 불린다는 것, 그리고 인간종에게 기후재난에 책임이 있다는 것은 기묘한 일이다. 이 기묘한 사태를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차에 시동을 걸 때, 혹은 화석연료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교통수단에 오를 때, 나는 45억 년의 지구사에서 ‘여섯 번째 대멸종’ 사건을 일으키려는 의도가 없다. ‘지구’에 해를 끼치고 이미 73%가 사라져버린 야생동물 개체군을 더 살해하고자 하는 의도도 없다. 게다가 내 차 한 대의 시동 걸기는 통계적으로 무의미하지 않은가? 온갖 생각을 더해 보지만, 한 수준 위로 올라가면 매우 낯선 일이 벌어진다는 것은 피할 수 없는 귀결이다. 하루에 이 행성 전체에서 이루어지는 수십억 번의 시동 걸기와 수십억 번의 석탄 삽질을 합산하면 내가 시동을 걸 때 일어나고 있는 일은 ‘지구’에 해악을 가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 종의 구성원으로서 나는 인류세에 대해 책임이 있다. 물론 나는 내가 지구 온난화를 이해하는 범위 내에서만 형식적으로 책임을 질 것이다. 그렇지만 내가 범죄자인 것은 틀림없다. 그리고 나는 과학 수사를 통해 이것을 발견한다. 그래서 모턴은 이 사태가 누아르 소설과도 같다고 말한다. 내가 형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