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한 사랑과 간절한 소망이 이끄는
머나먼 미지의 장소
『눈사람 보관법』은 어느 겨울, 선물처럼 찾아온 눈사람을 떠나보내고 싶지 않은 아이의 소망과 상상을 꿈처럼 그려낸 그림책입니다. 꿈이지만 꼭 현실처럼 생생한, 현실로 이루고 싶은 꿈이지요. 이 꿈 같은 현실은 시공간의 여러 차원을 넘나듭니다. 하늘과 닿아 있는 곳, 하늘 끝 너머에 있는 곳, 바다 깊은 곳을 지나 머나먼 과거까지······ 산꼭대기와 우주, 그리고 빙하기를 넘나드는 이 시간과 공간의 장소들은 모두, 아이에겐 미지의 세계입니다. 닿을 수 없지만 닿기를 간절히 바라는 곳, ‘너’를 지켜줄 수만 있다면 영원한 추위도 깜깜한 어둠도 두렵지 않은 곳. 우리는 아이와 함께 눈사람의 손을 꼭 붙잡고 그 미지의 장소들을 탐험하면서, 깊고 순수한 사랑과 우정이 우리를 어디까지 데려다줄 수 있는지를 오롯이 함께 체험합니다.
손만 뻗으면 닿을 수 있는
영원의 장소
그런데 놀랍게도, 이 ‘영원한 우정’ 탐험은 닿을 수 없는 곳에서 손만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곳으로 닿아 갑니다. ‘흰 종이에 시간을 담는 화가’, ‘이야기의 주인공’이 눈사람인 ‘설레는 무대’······ 바로 예술의 영역입니다. 시간과 인연을 영원히 곁에 두고 싶은 아이의 간절한 바람이, 우리 인생의 짧디짧은 찰나가 영원의 시간으로 저장되는 장소가 어디인지를 본능적으로 알게 한 것만 같습니다. 그 이끌림 속에서 아이와 눈사람, 이 둘의 시간은 이 겨울이 한 차례, 두 차례, 무수히 지나도 언제나 ‘같은 모습으로 웃고 있을’ 그림으로, 더 나아가 많은 사람들이 함께 향유함으로써 많은 사람들의 영혼에, 가슴에 각인되는 무대로 승화됩니다. 두 사람의 이야기가 모두의 이야기가 되는 곳, 바로 영원한 이야기의 장소입니다.
그리고 바로 지금,
이곳에서 우리 함께
닿을 수 없는 곳까지 닿을 수 있으리라 희망할 만큼, 쉬이 스러져버리는 찰나를 영원으로 붙잡아 두는 예술을 희구할 만큼 강력한 아이의 소망은 이야기의 끝에서 마지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