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 생태 사전》 기획 의도
보리출판사가 이 땅에 살아가는 동식물을 세밀화로 기록해 온 지 삼십 년이 다 되어 갑니다. 삼십 년 전에는 흔히 볼 수 있던 생명체들을 지금은 쉽게 볼 수 없게 되었지요. 논밭에 농약을 뿌리면서, 바다를 모래로 메우고 땅을 넓히면서, 산림을 허물어 도시와 도로를 만들면서 말이에요. 또 우리의 삶은 무척 편리해졌는데 지구는 점점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급격한 기후 변화 때문에 때 아닌 가뭄이나 큰물이 지고, 말 못 하는 생명체들은 몸살을 앓습니다. 해마다 꿀벌 수가 줄어들어 식물의 꽃가루받이도 점점 힘들게 되었습니다. 꿀벌이 없으면 우리가 먹는 채소며 곡식이며 과일나무가 열매를 맺을 수 없고, 씨앗도 퍼뜨릴 수 없으니 당장 우리 삶에도 영향을 끼칩니다. 생물들은 생태계에서 끊임없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가기 때문에 어느 하나가 사라지면 그 균형이 깨지고 맙니다. 이 기후 위기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다른 생명체들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다양한 생물을 보전하고 생태계와 환경을 지킬 수 있는지 길을 찾아야 합니다. 그 길로 가는 첫걸음으로 우리 둘레에 어떤 생명체들이 살아가는지 아는 것부터 시작해 보면 어떨까요? _기획자 윤구병의 말에서
단 하나의 출판사가 해냈다기에는 믿을 수 없는 성취
온 나라의 동식물 1,602종을 세밀화로 담다
보리출판사는 1994년 〈달팽이 과학동화〉(모두 50권에 실린 세밀화를 시작으로 우리나라 동식물을 한 점 한 점 세밀화로 기록해 왔습니다. 30여 년 동안 줄곧 이어진 세밀화 작업은 이제 3,000종이 훌쩍 넘을 만큼 쌓였습니다. 미국이나 유럽의 대형 국립자연사박물관에 견주어도 손색없을 만한 세밀화 컬렉션입니다. 동식물 세밀화 분야만큼은 한국의 스미스소니언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 나라의 생물종을 정리하고 기록하는 일은 당연히 국책사업으로 해야 하는 일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살아가는 생물종을 기록한 ‘국가생물종목록’은 2008년 시작해서 2016년이 되어서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