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딘가 이질적이면서도 익숙한, 어른들을 위한 도시 동화
어느 쪽이 환상인가, 이 세상인가, 저 세상인가
「뉴 피시 이야기」, 「완벽한 일요일」, 「돌고래 계산기」. 몇 년 전부터 인터넷에 떠돌기 시작한 어쩐지 묘한 느낌의 단편 만화들이 있다. 단발머리 여자아이가 주인공에 정체를 알 수 없는 동물(?이 등장하는 만화. 얼핏 보면 연필로 거칠게 스케치한 듯한 그림체라 흔한 인터넷 병맛 만화인가 싶기도 하다. 하지만 막상 들여다보면 전혀 다른 것이 보이기 시작한다. 빽빽한 정보량의 배경,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 몽환적인 분위기, 다 보고 나서도 마음 한구석에 여운이 남는 스토리. 그런 요소에 강한 매력을 느낀 일부 네티즌들은 도대체 어떤 작품인지 수소문하기도 했다. 또 그 일부는 작품의 컬트적인 팬이 되기도 하였다. 사실 이 만화들은 단순한 인터넷 만화가 아니다. 그 정체는 200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작가, panpanya의 작품이다.
이름, 성별, 나이. panpanya는 마치 자신의 작품이 자아내는 공기처럼 모든 것이 미스터리인 작가다. 그, 혹은 그녀의 작품은 앞서 언급한 특징들이 한데 어우러져 그 자체로 하나의 아이덴티티를 형성한다. 그렇게 형성된 아이덴티티는 무척 강렬해서 작품들 중 어느 한 부분을 잘라내 아무 곳에 던져 놓아도 한눈에 panpanya임을 알 수 있을 정도다.
어딘가에서 본/어디에도 없는 풍경
panpanya의 작품은 비슷한 것을 떠올리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그런 다름을 표현하는 말에는 다양한 것이 있다. ‘이상’, ‘특이’, ‘별남’ 등. 다양한 말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panpanya의 작품에 가장 어울리는 말은 ‘특별’이 아닐까 한다.
하지만 실제로 작품 속에 묘사된 풍경은 따지고 보면 ‘흔한’ 것들이다. panpanya의 작품에 등장하는 무대들은 대부분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집 안, 동네 골목, 도심 같은 곳이다. 종종 다른 곳이 등장하지만 그래 봤자 항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