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장 파티에 간 소녀
머리를 빗기고 옷을 차려 입히는 엄마와 아빠를 보고 소녀는 파티에 가는 줄만 알았습니다. 누구의 생일이냐고 묻는 소녀의 말에 엄마는 눈물을 쏟고, 아빠는 아무 말 없이 머리를 빗기고 옷을 입혀줍니다. 엄마와 아빠 손을 잡고 도착한 곳엔 삼촌과 이모가 먼저 와 있었어요. 모두 까만 색 옷으로 맞춰 입고 있었고, 복도에는 커다란 꽃탑이 줄지어 서 있었습니다. 아무도 이야기해 주지 않았지만, 그곳은 장례식장이었던 것이지요. 소녀에게 죽음을 무어라 설명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소녀는 언제 파티가 시작되는지, 누구의 생일인지 더 이상 묻지 않습니다. 조용히 이곳저곳을 돌아보고, 할머니를 위해 나름의 선물을 준비할 뿐이었지요. 감기가 든 채 혼자 있는 어린 딸이 안쓰러워 밥을 먹자는 엄마의 말에, 할머니 오시면 같이 먹을 거라며 소녀는 급기야 울음을 터뜨리고 맙니다. 어렴풋이 그곳이 어디인지, 모인 사람들이 분주히 하는 일이 어떤 일인지 이미 소녀도 알아차리고 있었던 것이지요. 아주 쓴 약을 먹고, 버스를 탄 채 물방울로 가득 찬 길을 달려가는 이상한 꿈을 꾸면서 소녀는 할머니에게 이 이상한 꿈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김명 작가와 하상서 작가의 아름다운 그림책
『깜장파티』는 청소년 소설을 써 온 김명 작가와 웹툰을 그려온 하상서 작가가 함께 선보이는 두 작가의 첫 번째 그림책입니다.
삶을 바라보는 김명 작가의 시선이 하상서 작가의 그림을 따라 가슴 깊이 들어와 감정을 다독입니다. 『깜장파티』의 주인공 토끼 소녀는 삶과 죽음을 목격하고 헤어짐을 받아들이며 슬픔을 가슴에 묻습니다. 주인공 소녀는 깊은 애도로 할머니를 떠나보내고 나서 함께 했던 아름다운 추억을 비로소 건져내고 삶을 건강히 살아갈 힘을 얻어 냅니다. 두 작가는 『깜장파티』의 이야기를 통해 어린이들에게도 장례식은 가리고 감출 일이 아니라, 충분히 슬퍼하고 헤어질 수 있도록 함께 참여해야 할 이별의 의식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두 작가의 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