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화산폭발이 언젠가는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우연히 알게 됐습니다. 높이 2,744미터, 한반도의 가장 높은 산인 백두산이 폭발한다는 것은 백두산이 100년 마다 분화가 이루어졌다는 100년 주기설에 근거한 것입니다.
화산 전문가들과 과학자들이 머지않은 미래에 백두산 분화가 일어날 것이라 장담하는 모습을 보며 참으로 의아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쇼셜 미디어 상에선 수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였는데 정작 현실에선 별다른 대책이 없는 것 같아서였습니다.
내일 지구의 종말이 와도 묵묵히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던 철학자 스피노자처럼 하루하루 주어진 삶을 성실하게 살아간다는 것은, 물론 고귀하고 아름다운 일입니다만.
인간의 힘으로 자연의 섭리를 막을 수는 없습니다. 다만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처럼 자연재해를 대비하거나 조금이나마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지금이라도 모색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이를테면 엄청난 규모의 돔을 조성해 사람들을 그곳에서 미리 생활하게 하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상상을 말입니다.
그러다가 <그랜드돔 그리고 별>을 쓰게 되었습니다. 그 어떤 재난에도 견딜 수 있는 인류의 요새 같은 곳이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습니다. 쓰다 보니 인간이 조성한 그랜드돔이 과연 인류를 구원할 수 있는 장소가 될 수 있을지 의문이 생겼습니다. 설령 그 속에서 새로운 삶이 펼쳐진다 해도 불평등 혹은 타인에 대해 용납하는 마음이 없다면 그곳은 곧 재난의 현장 그 자체와 다를 바가 없을 것입니다.
행여나 상상했던 그랜드돔이 현실에 등장한다면, 부디 그곳은 모두를 위한 구원의 장소이길 바랍니다. 무엇보다 기적처럼 백두산이 영원한 사화산이 된다면, 그래서 <그랜드돔 그리고 별>이 그저 한 편의 SF소설로 남겨진다면. 말할 것도 없이 그것은 더욱 다행스런 일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