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 수록된 ‘미국 교육학의 저주와 재앙’이라는 글의 제목에서 ‘미국 교육학’은 그것의 통상적인 의미보다는 훨씬 한정된 의미로, 타일러의 교육과정 이론과 그것을 철학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는 존 듀이의 교육철학, 그리고 양자를 다양한 방면으로 발전시킨 이론적 집합체를 가리킨다. 성리학의 교육이론은 그 이론적 집합체가 ‘미국 교육학’이라는 이름으로 통칭될 수 있을 정도의 일관된 학문적 경향성을 나타낸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는 손쉬운 이론적 반사체의 위치에 놓여 있다. 만약 그 글에 제시된 저자의 견해가 엄연한 현실로 밝혀질 수 있다면 한국 교육은 백년지대계의 절반을 그 ‘저주와 재앙’에 시달려 온 셈이 된다.
이 책에는 그 글 이외에, 그동안 저자가 여기저기에 발표한 글 중에서 그 글을 약간 세부적으로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이 ‘증보자료’로 수록되어 있다. 이 책에 ‘증보’될 만한 자료는, 물론, 여기에 수록된 것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그 정도로, 이 책이 다루는 ‘미국 교육학의 정체’는 보기에 따라서는 저자의 학문적 결산에 해당한다. 이 시점에서 저자는 근 반 세기 전에 쓴 글의 마지막 문장으로 적어 넣은 ‘제 옷이 있는 사람은 아무도 남의 옷을 즐겨 빌려 입지 않는다’는 말을 기억 속에 떠올린다. 이제 저자는 그 ‘제 옷’이 ‘빌려 입은 남의 옷’보다 훨씬 편안하고 보기에도 아름답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