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불교의 ‘역사’가 된 영국 출신 비구니 텐진 빠모
매년 연말이면 영국의 공영방송 BBC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고 영감을 주는 여성 100인’을 선정한다. 지난해(2023년에는 전 미국 대통령 영부인 미셸 오바마(Michelle Obama를 비롯해 성별 임금 격차 연구로 2023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자 클라우디아 골딘(Claudia Goldin 등이 꼽혔다. 그런데 100인 중 유일하게 종교인이 한 명 있었다. 바로 이 책의 저자 텐진 빠모다.
제2차대전이 한창이던 1943년 영국에서 태어난 다이안 패리(Diane Perry, 텐진 빠모의 출가 전 이름는 열여덟 살에 처음 불교를 접하고 스무 살이 되던 1963년 인도로 건너간다. 그곳에서 스승을 만난 그녀는 1964년 사미니계를 받고 텐진 빠모라는 법명을 받았다. 마침내 1973년에는 비구니계를 받으며 ‘서양인 여성 최초 티베트불교 비구니’라는 호칭을 얻었다. 불교국가 대부분에서 그렇듯이 비구(남성 중심의 불교 교단에서 텐진 빠모는 ‘여성’과 ‘서양인’이라는 경계를 뛰어넘었다. 여기까지라면 그냥 ‘특이한 이력’에 불과할 수도 있다. 하지만 1976년 그녀는 깨달음을 얻기 위해 인도 라훌의 외떨어진 작은 동굴에서 ‘집중 수행’에 들어간다. 집중 수행은 1988년까지 12년간 이어졌고, 마지막 3년은 아예 외출조차 삼가고 폐문 수행을 했다. 히말라야의 추위와 눈보라는 물론, 한 사람이 눕기에도 좁은 동굴에서 고독과 싸워야 했으며, 수행의 진전이 느릴 때는 낙담과 싸워야 했다. 그리고 마침내 한걸음 발을 내딛게 된다. ‘여성’과 ‘서양인’이라는 경계는 물론 ‘수행’의 경계까지 넘어 마침내 성취를 이뤄낸 것이다. 이후 그녀의 행보는 티베트불교에서 여성의 지위는 물론 서구에 불교의 씨앗을 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BBC에서의 선정 의도대로 ‘영향력’과 ‘영감’ 모두를 갖췄던 것이다. 2008년에는 제12대 걀왕 드룩빠(Gyalwang Drukpa로부터 ‘깨달음’을 인정받으며 제쭌마(Jets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