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머리에
1장 한국 근대미술의 장을 열다
나혜석 | 자화상, 멜랑콜리를 넘어
백남순 | 낙원, 그리고 ‘신여성’의 꿈
정찬영 | 규수가 아닌 ‘화가’가 된다는 것
박래현 | 전통을 넘어선 서정의 미학
천경자 | 치열했던 저항의 삶과 예술
심죽자 | 정물과 풍경 사이의 꽃 그림
김정자 | 디자인에서 판화까지, 전방위적 예술가
신금례 | 자연, 그 모성적 은유의 세계를 탐색하다
박인경 | 자연을 품은 담담한 수묵추상화
2장 회화와 조각의 현대성을 추구하다
이성자 | 대지와 우주로 이어지는 유목적 여정
나희균 | 나 홀로 고요의 빛을 탐구하다
이수재 | 동양적 감수성으로 물든 서정적 추상 풍경화
방혜자 | 자연에 근간한 모성적 아우름의 미학
이신자 | 씨실과 날실로 새기는 삶의 매듭
성옥희 | 아르카디아를 향한 태피스트리
김정숙 | 한국 현대 조각으로의 비상(飛上
윤영자 | 모성으로 빚은 생명주의 조각
김윤신 | 추상조각이 만들어낸 생명의 리듬
강은엽 | 상호의존적인 존재의 울림
임송자 | 조각이 묘사해낸 현대인의 실존적 초상
김혜원 | 조각으로 탐구한 여성 신체의 가능성
3장 추상회화를 실험하다
석란희 | 자연과 인간이 공명하는 세계
최욱경 | 시대적 과제에 응전한 추상표현주의자
조문자 | 척박한 광야에서 예술혼을 꽃피우다
양광자 | 그의 붓이 닿을 행선지는 무한하다
심경자 | 가르마, 포용과 화해로 살아감의 모양
전준자 | 기운생동하는 회화의 축제
홍정희 | 나와 세계의 경계에 선 따뜻한 추상
차우희 | 노마드적 삶, 예술을 위한 항해
노정란 | 심상의 색, 원숙한 아름다움으로 완성되다
김수자 | 바느질로 직조한 일상의 기록
이정지 | 대안적 추상미술의 가능성을 선보이다
이향미 | ‘색’을 화두로 그 경계를 실험하다
진옥선 | 단색화로 그려낸, 답을 찾아가는 여정
4장 한국화의 동시대성을 모색하다
이인실 | 산수화로 그려낸, 멀지 않은 곳의 풍경
문은희 | 먹선에 실린 실존적
여성 작가들의 예술세계를 겹쳐 읽을 때 비로소 드러나는 다층적 초상
마치 사전처럼 원하는 작가에 대한 내용을 추려 읽을 수도 있겠지만, 이 책의 진가는 각각의 원고를 포개어 읽을 때 더더욱 드러난다. 한국 근현대 미술계의 주류적 흐름(가령 1960년대의 앵포르멜, 1970년대의 단색화 운동, 1980년대의 민중미술 등 속에 놓인 여성 작가들은 때로는 주류와 유사한 결로, 때로는 주류에 빗겨 서며 각자 자신의 자리를 모색한다. 또한 표현그룹(1971, 한국여류화가협회(1973, 한국여류조각가회(1974, 서울프린트클럽(1980, 시월모임(1985, 여성미술연구회(1988 등의 모임을 결성하여 여성 작가들이 활동할 수 있는 장(場을 만들어가는 흐름도 병행된다. 여성 작가들의 대응은 각각 편차를 보이는데, 그 다양한 양상을 섬세하게 견주며 지도 그리기(mapping를 해본다면 이 책을 매우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여성 작가들이 ‘세계화’가 시대적 화두가 되기 훨씬 전부터 세계라는 좌표를 염두에 두고 자신의 위치를 모색한, 글로벌한 시야를 갖춘 이들이었던 점도 눈에 들어온다. 시각 장르로서 문자보다 훨씬 직관적인 미술 분야의 특성 또한 세계화를 빠르게 견인한 동력 중 하나였을 터. 이들 중 상당수는 이른 시기부터 일본을 비롯해 유럽과 미국으로 유학하여 타국의 공기를 흡입하고 자신의 예술적 자양분으로 삼은 바 있다. 그러나 유학의 경험이 없거나 동양의 전통에 뿌리를 둔 작업을 한 작가들에게서도 폭넓은 시야와 이에 기반한 고민이 엿보이는데, 이는 상당수의 여성 작가들이 시대의 전위에 있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편 ‘여성’이라는 특징을 화두 삼아 작가들의 예술세계를 겹쳐 읽는 독법을 쓸 때 포착되는 여성‘들’의 같고도 다른 다층적인 결 역시 눈여겨볼 지점이다. 예를 들어 근대기부터 1970년대 이전까지 활동한 상당수의 여성 작가들에게는 10여 년 안팎의 ‘공백기’가 따라붙는다. 이른바 결혼, 출산, 육아, 내조의 시기다. 당대 사회의 구조적 억압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