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드라마 붐은 넷플릭스라는 글로벌 기업의 현지화 전략과 한국 드라마의 글로벌화 열망이 맞아떨어진 일종의 파우스트와 메피스토펠레스의 ‘계약’의 결과는 아니었을까. 넷플릭스는 우리에게 막대한 제작비와 글로벌 관객과의 즉각적 만남이라는 매력적인 제안을 했고, 더 큰 시장과 재원을 찾던 한국 드라마계는 기꺼이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다행히 화려한 글로벌 무대에서의 환호가 잇따랐다. 하지만 작품의 영혼과 같은 지적재산권(IP은 넷플릭스의 소유였다.
넷플릭스와 K-드라마의 글로벌 진출이라는 2개의 축은 21세기 상호연결된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특성이며, 동시에 연쇄 반응처럼 나타나는 글로벌-로컬 연계 문화 현상이다. 따라서 넷플릭스의 혁신 에토스와 이를 촉매로 글로벌화에 성공한 K-드라마의 선전을 21세기 전 지구적 미디어 흐름과 글로벌 문화정치에서 매우 중요한 산업적·문화적 현상으로 주목한다.
이 책은 K-드라마 글로벌 스파클의 주역인 인기 드라마를 유형별로 상세히 분석하고, K-드라마 스토리텔링 매력을 네 가지로 논의한다. 첫째, <오징어 게임>, <스위트 홈> 같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K-장르물의 한국적 디스토피안 스펙터클, 둘째, <사랑의 불시착> 등 한국 로맨틱 코미디의 여성 서사의 진화, 셋째, <갯마을 차차차>와 같은 일상 드라마에 나타난 평범한 일상의 위대함, 그리고 <더 글로리> 등에 나타난 한국 가족 이야기의 균열과 재탄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