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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창밖을 내다보며 우리에게 인사를 건네는 듯한 피오렐로 씨가 있습니다. 맨들맨들하고 동그란 머리 위로 힘차게 흔들리는 세 가닥의 머리카락이 유독 눈에 띕니다. 조금 더 들여다보면 어딘지 간단치 않은 그의 표정이 읽힙니다. 미소를 띠고 있는 것 같기도 하면서도 약간 곤란해 보이는 것도 같죠. 아무래도 표지를 넘겨 피오렐로 씨의 사연을 들어봐야겠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의미심장한 세 가닥의 머리카락 이야기
사실 피오렐로 씨에게도 머리카락이 많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굵고 풍성한 곱슬머리였지요. 하루 종일 부드럽게 출렁거리고, 밤이면 폭신한 베개가 되어 주는 자신의 머리카락이 피오렐로 씨는 정말 자랑스러웠습니다. 단 한 가닥도 잃어버리고 싶지 않았어요. 그러나 우리가 아무리 아끼고 아껴도 영원히 그대로인 것은 없습니다. 어느 날 피오렐로 씨의 정수리에는 세 가닥의 머리카락만 남게 됐습니다. 남아 준 세 가닥의 머리카락이 피오렐로 씨는 너무 소중하고 고마웠습니다. 하지만 그 머리카락은 휑한 머리를 더 주목하게 만들 뿐이었습니다. 짧게 잘라 내고, 밀어 보고, 뽑아도 봤으나 소용이 없었습니다. 세 가닥만큼은 끝끝내 다시 자라나 피오렐로 씨를 힘들게 했습니다. 온갖 모자와 머리띠로 스타일을 잡아 보려고도 했지만 모두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이제 피오렐로 씨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자신의 정체성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였던 머리카락이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으로 전혀 통제도 되지 않는 상황에서 피오렐로 씨는 내내 괴로워하다가 돌연 결심을 하기에 이릅니다. 머리카락이 바람에 힘없이 흩날리든 말든, 비만 오면 꼬불꼬불 말려들든 말든 그저 신발 끈을 단단히 묶고 나가 긴 산책을 하고, 바닷가 모래밭을 맨발로 걸으며 아이스크림을 먹어요. 또 어느 날은 놀이공원에서 마음껏 놀아 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때 피오렐로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