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1부 고대와 중세의 토대: 데코룸에서 쿠르투아지까지
1장 꼴사나운 사람의 특징: 테오프라스토스의 《성격의 유형들》
2장 서양 매너의 이론적 시원: 아리스토텔레스와 키케로
3장 기사도의 이상과 현실: 《유아서》와 식탁예절
4장 계급별 구애법: 궁정 사제 앙드레의 《사랑의 기술》
5장 엘리트 예법의 핵심: 카스틸리오네의 《궁정인》
2부 예절과 교육의 결합: 시빌리테의 시대
6장 시빌리테의 혁명성: 에라스뮈스의 《소년들의 예절론》
7장 습관의 중요성: 존 로크의 《교육론》과 굿 브리딩
8장 애타는 부성과 좌절: 체스터필드의 《아들에게 주는 편지》
9장 재산 상태 파악이 급선무: 장 게이야르의 《유학 후 고향에 잘 적응하는 법》
3부 영국식 예절의 탄생: 폴라이트니스의 세기
10장 영국적 매너의 핵심: 폴라이트니스
11장 젠틀맨의 조건과 젠틀맨다운 매너: 대니얼 디포의 《완벽한 영국 젠틀맨》
12장 중간계층 청소년의 매너: 《품격 있는 아카데미》
13장 벼락출세한 사람이 갖춰야 할 태도: 《매너 있는 사람》
14장 예의 바른 편지쓰기: 새뮤얼 리처드슨의 《특별한 친구에게 쓰는 편지》
4부 19세기의 퇴행 : 매너에서 에티켓으로
15장 소사이어티의 탄생: 배타적인 상류사회와 회원제 클럽
16장 에티켓북의 유행: 사소하고 하찮은 규범들
17장 더 폐쇄적인 공간으로: 드로잉룸과 디너파티의 중요성
18장 왕실의 존재감: 궁정예법과 중간계급 헤게모니 신화
5부 에티켓의 전파: 특화된 매뉴얼의 등장
19장 쇼핑 에티켓: 소비사회의 도래와 새로운 쇼핑 공간들
20장 자선 방문 에티켓: 빈민 구호에서 지켜야 할 규칙들
21장 전문직업군의 에티켓: 의사와 제약회사 영업사원
22장 세계 속의 영국 신사: 식민지 에티켓
6부 계급에서 개인으로: 20세기 에티켓의 특징
23장 새로운 공간에서의 에티켓: 자동차, 비행기, 병원
24장 직장여성을 위한 에티켓: 면접에서 직장 늑대 대처법까지
25장 섹스 에티
1. 엘리아스 《문명화 과정》을 잇는 ‘매너’에 관한 최고의 저작
-에티켓북과 처세서, 행동지침서, 편지, 매뉴얼 등 예법서 100여 권을 분석
-엘리아스 《문명화 과정》의 공백을 메우며 고대부터 20세기까지 아우른 매너의 역사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는 ‘인간에 대한 예의’라는 말이 빈번하게 쓰이고, 사소한 예의 바른 행동이 종종 미담으로 다뤄지곤 한다. 격식에 맞는 인사를 할 줄 모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주문하신 음료 나오셨어요’처럼 아무 때나 존칭을 붙이는 과잉 매너도 횡행한다. 그 어느 때보다 사회 전반에서 예의와 무례, 배려와 불관용, 품격과 천박 같은 단어들도 자주 회자되는데, 그만큼 예의에 대한 사회적 갈증이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이는 지난 시대의 유물이라고 여겨지는 예의범절 혹은 매너가 아직도 매우 유효한 사회적 덕목이라는 사실을 반증한다.
이 책은 서구의 에티켓북과 처세서, 행동지침서, 편지, 매뉴얼 등 고대부터 20세기까지 생산된 굵직굵직한 예법서 100여 권을 분석해 매너의 역사를 일별한다. 역사학의 전통에서 매너는 그간 사소하고 하찮은 주제로 폄하되어 연구의 성과가 미진하거나 혹은 특정 시기에 한정되어 왔다. 그런 이유로 매너에 관한 통찰력 있는 논의는 노베르트 엘리아스, 피에르 부르디외 같은 사회학자에게서 나왔는데, 그중에서도 엘리아스의 《문명화 과정》은 매너의 역사를 탐구한 고전으로 오늘날까지도 절대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 탁월한 저작은 다루는 범위가 중세 말에서 르네상스 시기에 집중되어 있고, 옷차림이나 인사법, 대화술이나 몸가짐과 같이 예법에서 중요한 영역들이 누락되어 있으며, 분석 대부분이 프랑스 궁정 예법에 한정되어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이런 연구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설혜심 교수는 노련한 역사학자의 시선으로 고대 그리스·로마 시대부터 20세기 말까지 긴 시간 전체를 아우르며 매너의 역사를 재구성한다. 주로 관념적인 차원에서 매너에 접근하는 기존 연구들과는 차별되게 구체적인 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