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르네상스 철학의 계보에서 바라본 데카르트
─ 이전까지 다뤄지지 않았던 휴머니스트 전통의 재발견
─ 근대 철학을 꽃피운 역사적 토양을 낱낱이 분석하다
《방법서설》의 진정한 새로움은 르네상스 시대의 유산에서 시작한다는 데 있다. 1571년 최초로 자기 자신을 글의 소재로 쓰기 시작한 몽테뉴의 《에세》, 1601년 최초로 라틴어가 아닌 프랑스어로 출간된 샤롱의 《지혜에 대하여》, 1620년 새로운 과학을 탐구한 베이컨의 《신기관》까지,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이 정신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명맥을 이었고 마침내 이 책에서 형이상학의 형태로 종합되어 새 시대의 서막을 올렸다.
우주, 신의 무한성, 기술, 회의주의, 세계의 가독성, 자연의 빛, 지혜, 제일철학……. 데카르트 철학의 주요 키워드이자 근대 철학의 주제이기도 한 이 단어들은 르네상스 철학자들의 사유에서부터 형성되기 시작했다. 진리를 찾기 위해 모든 선입견에서 자유로운 철학을 기획한 데카르트는 ‘방법적 회의’를 통해 자신의 사유를 전개했다. 이때 학교와 책에서 배워온 모든 것을 버리고, 의심하고, 그것에 질문을 던진 그의 시도는 허공에서부터 시작된 것이 아니었다. 편견과 관습으로 가득 찬 정신보다 오히려 무지한 자가 진리를 더 성공적으로 탐색할 수 있다는 발상은 쿠자누스와 몽테뉴 등 이전의 사상가들로부터 시작되었다.
휴머니스트판 《방법서설》은 데카르트 철학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르네상스에서부터 근대 철학의 역사적 맥락을 짚어본다. 근대의 여명에서 데카르트는 자신에 앞서 새로운 시대의 가치를 선도해온 선행자들을 충실히 따랐다. 독자들은 데카르트가 철학에 던진 폭발적인 사유를 통해 오늘날 우리가 발 딛고 있는 학문적 토양에 담긴 가치를 보다 면밀하게 살펴볼 수 있다.
“그러나 나는, 감히 말하건대, 많은 행운을 가졌다고 생각한다. 나는 젊은 시절부터 어떤 길에 들어서게 되었는데, 이 길들은 나를 어떤 고찰과 준칙으로 이끌었고, 이로부터 나는 방법을 형성했다. 그리고 이 방법을 통해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