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쁨
2. 품위
3. 다시 유령 도시
4. 외톨이
5. 악몽
6. 거북이가 되어라
7. 파블리토의 치료비
8. 원더풀
9. 토마토와 가지의 사랑 노래
10. 최고의 계획
11. 연고
12. 껌처럼 달라붙은 노래
13. 곰 엽서
14. 자장가
15. 중요한 날
16. 백 마리의 거북이
17. 웅덩이
18. 눈웃음
19. 텔레비전
20. 독감
21. 독감에 좋은 수프
22. 마사지
23. 분노
24. 수……업
25. 포옹
26. 영어 수업
27. 두려움
28. 눈물
29. 꾸밈음
30. 거짓말
31. 아이와 바다
32. 결과
33. 거북이 되기
한물간 성악가와 음치 합창단이 빚어내는 환상의 하모니
웃음과 감동을 다 잡은 철학적 우화
한때 세계적인 성악가로 이름을 날리던 수탉 ‘카실도’. 과거의 영광은 사라진 지 오래고, 이제 여섯 달째 밀린 집세를 걱정하는 신세다. 그러던 어느 날, 노래 선생님 자리를 제안받은 카실도는 촉망받는 제자를 가르칠 기대에 한껏 부푼다. 하지만 카실도를 고용한 건 노래는커녕 음 하나를 제대로 못 부르는 타고난 음치, 바로 거북이들이다.
작가는 기발한 설정과 뭉클한 메시지로 어린이와 어른 모두를 끌어당기는 철학적 우화를 선보인다. 집세를 밀린 탓에 이를 악물고 음치를 가르치는 카실도와 이런 선생의 마음은 조금도 모른 채 노래 경연 대회 1등을 하겠다는 거북이가 자아내는 엇박자 하모니가 독자들을 포복절도하게 만든다.
대체 거북이들은 얼마나 노래를 못 부를까. 카실도는 ‘귓속에 포크를 집어넣고 힘껏 돌린 것 같은 아픔이 전해진다’고 전한다. 이 밖에도 너무나 실감 나는 표현에 독자들은 귀를 막고 책을 읽을지 모른다. 하지만 거북이들은 우승을 자신한다. 장난을 치는 것도, 거만해서도 아니다. 거북이들은 낙천적인 태도로 모든 일을 긍정할 뿐이다. 반면 카실도는 거북이들의 지나친 긍정과 희망이 버겁고, 여기서 파생되는 친절과 즐거움이 성가시다. 가장 절박할 때 일자리를 준 건 고맙지만, 원치 않는 깜짝 생일 파티와 병문안까지 견뎌야 하는 이 다정한 침입자에게 자꾸 화가 난다.
게다가 해고가 될까, 상대가 마음이 다칠까 차마 진실을 말할 수도 없다! 이 작품이 빚어내는 웃음과 감동은 바로 여기에서 나온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라는 찰리 채플린의 말처럼 카실도와 거북이들의 비극을 한 걸음 떨어져 지켜보는 독자들에게 이보다 더 재밌고 감동적인 희극은 없을 것이다.
삶의 모든 순간을 즐겨라, 거북이가 되어라!
한 번의 실수로 노래를 접은 과거가 있는 카실도는 한번 어그러진 거북이들과의 관계 역시 결코 회복할 수 없으리라 단정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