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상세보기

도서명 와해된, 몸 : 크나큰 고통 이후를 살아가다
저자 크리스티나 크로스비
출판사 에디투스
출판일 2024-09-19
정가 18,000원
ISBN 9791191535143
수량

추천의 글

1. 너의 하찮은, 취약한 자아
2. 내가 들은 그날의 사건
3. 어리둥절함
4. 지옥에 떨어지다
5. 금전 관계로 맺어진 돌봄
6. 공간 속에서 길을 잃다
7. 남성, 여성, 아니면 7월 4일
8. 시간은 나를 푸르른 채 죽어가도록 두었다
9. 제퍼슨 클라크 크로스비
10. 폭력과 성스러움
11. 장이 이끈다
12. 나는 당신의 육체적 연인이야
13. 수요와 공급
14. 우리의 개들
15. 재세례파 종교개혁
16. 프리티, 위티, 게이. 예쁘고, 재치 있고, 흥겨운
17. 무서워! 무서워!
18. 살아가다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자전거를 타는 몸과 휠체어에 실린 몸

자전거 앞바퀴 살에 걸린 나뭇가지 하나가 한 사람의 삶을 완전히 바꾸어 놓을 수 있다. 몸은 이렇듯 우연과 운명의 간섭에 취약하다. 빅토리아 시대의 문학을 통해 그 시대와 여성 문제를 연구하던 퀴어 페미니스트 학자이자 왕성한 활동가이기도 했던 크리스티나 크리스비는 쉰 살 생일을 갓 넘긴 어느 날 예기치 못한 자전거 사고로 운명이 갈라진다. 지나가던 차에 타고 있던 사람이 달려와 간신히 죽음을 면하지만, 그때까지 눈부시게 충만하고 자전거와 오토바이로 거리를 질주하는 것을 즐기던 “강인하고 유능하며 매력적인 여성은 온데간데없어지고, 얼굴의 뼈가 부서지고 목이 부러지면서 척수가 손상되어 전신이 마비되고 몸의 순환계도 망가져 버렸다. 이 갑작스런 변화가 준 충격의 강도는 그녀에게 사고의 순간에 대한 기억도 지웠고 이제는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기본적인 신진대사의 처리도 불가능한 몸이 되었다. ‘납덩이의 시간’의 시작이었다. 그 후 응급실에서 재활병원으로, 그리고 집으로 옮겨진 그녀는 2년 뒤 재직했던 웨슬리안 대학교에 반일제 연구교수로 복귀하여 학생들에게 강의도 할 수 있게 되었지만 그녀의 몸은 휠체어 없이는 움직일 수도 없고 손을 제대로 펴지 못하는 불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척수가 손상된 그녀의 몸은 시도 때도 없이 전기가 흐르는 신경학적 폭풍이 휘몰아치는 황무지일 뿐이었다. 파괴된 몸속에서 이해의 영역을 벗어난 삶을 살아야 하는 그녀에게 만족스러운 결말 같은 것은 없었다(꿈꾸지도 않았지만. 18년을 지탱하던 그녀의 몸은 끝내 작동을 멈췄다.

『와해된, 몸: 크나큰 고통 이후를 살아가다』는 2016년 세상에 나온 그녀의 회고록이다. 그녀가 언제부터 글을 썼는지(쓸 수 있었는지, 혹은 쓰려고 했는지는 알 수 없다. 죽음과 같은 잠에서 눈을 뜬 순간부터? 아니면 티슈 하나 움직일 수 없는 자신의 손에 절망하고, 수도 없는 시도 끝에 연필을 거꾸로 잡고 지우개로 책장을 넘기게 된 순간부터? 그녀의 말처럼 “고통에 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