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죽음의 이야기가 환한 삶의 기반이 될 수 있기를,
보다 소중한 삶의 순간을 누리는 힘이 될 수 있기를”
당혹스러운 질문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수수께끼 같은 재준이의 삶과 죽음을 추적하는 동시에 사랑하는 친구를 잃고 슬픔에 빠진 유미가 애도하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알고 보니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라는 문장은 재준이가 매일매일 일상을 새롭게 바라보는 방식이었다. ‘시체놀이’에 힌트를 얻어 죽은 사람에게 자신이 살지 못하는 하루하루가 어떤 의미를 지닐지 생각하고, 그날그날 성찰한 내용을 일기장에 담아낸 것이다. 일기장에는 가족에게 느끼는 애정과 책임감, 유미와의 끈끈한 우정, 짝사랑하는 소희에 대한 설렘 등의 일상적인 이야기가 담겨 있고, 유미는 일기장을 통해 재준이가 그 누구보다 충실하고 열정적으로 하루하루 살았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사고가 나지 않았더라면, 재준이가 유미 곁에 남아 있었더라면 좋았겠지만 혼자 남은 유미는 살아생전 재준이가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했다는 사실에 커다란 위안을 얻는다. 그리고 비로소 재준이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문제도 똑바로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
2000년대 초반은 십대 오토바이족들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던 때였다. 실제로 작가는 2001년 한 소년의 죽음을 전해 듣고 비통한 마음에,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그 소년을 기리기 위해 이 작품을 구상했다고 한다. 한 소년의 죽음으로부터 시작된 이야기지만 여기에는 작가의 말대로 ‘어느 날 사라져 버린 어린 넋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오토바이 사고가 일부 불량 학생과 청년들의 비행으로 치부되던 시절, 작가는 거기에 담긴 특별한 의미와 정서를 읽어내고자 했던 것이다. 작가는 ‘어른이 해서 나쁜 짓이 아니라면 아이가 해서도 나쁜 짓은 아니며 아이가 해서 나쁜 짓이라면 그건 어른이 해도 나쁜 짓이라고’ 단언한다. 화장하고 담배 피우는 여자 중학생과 오토바이 타다 사고로 세상을 떠난 남자 중학생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은 당시로서는 파격이라고 할 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