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생명은 기적이다
살아 있는 우리 모두의 시작
이 책의 모든 페이지에는 다양한 동물들의 탄생을 둘러싼 신기한 정보들이 담겨 있다. 타조는 여러 부모의 알 수십 개를 단 한 마리의 슈퍼 아빠가 돌보고, 아르마딜로는 한창 임신 중이라도 적당한 환경이 될 때까지 출산을 미룰 수 있다. 그렇다고 『아기 동물들의 탄생』을 그저 단순히 지식정보책이라고 하면 서운할 것이다. 너무나 아름다운 그림책이기 때문이다. 귀엽고 유머러스한 동물 캐릭터와 부드럽고 편안한 색감의 그림, 시처럼 간결한 텍스트는 그림책을 보는 예술적 즐거움 또한 충분히 제공해 준다. 스푼 위에 올라앉은 주머니쥐, 어딘가 어리둥절해 보이는 아기 타조, 새끼를 수면으로 밀어올리며 흐뭇하게 웃는 엄마 고래 등은 텍스트에 적힌 정보 이상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상상력을 자극한다.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키기까지 쉬운 일은 하나도 없다. 수고스럽고 성가신 것은 말하나마나, 심지어 알을 돌보느라 기진맥진한 나머지 새끼들이 태어난 후 말라 죽는 일곱 팔 문어 같은 동물도 있다. 아기 동물들의 고생도 만만치 않다. 태어날 때 2미터 높이에서 떨어지지만 두 시간 후 걷고 달리는 아기 기린과 태어난 직후 엄마의 주머니까지 먼 길을 기어가야 하는 붉은 캥거루를 보라. 새끼를 낳고 돌보는 엄마아빠나 갓 태어난 작고 작은 아기 동물이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지 않다면 어떤 생명도 제대로 유지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스물네 가지 동물들의 탄생 이야기를 읽고 난 뒤 맨 마지막으로 인간의 탄생을 펼쳐 보는 순간, 우리는 묘한 감동을 느끼게 된다. 우리 모두 이렇게 태어나 여기에 있구나!
모든 생명은 그 자체로 기적이며, 기적은 거저 주어지지 않는다. 『아기 동물들의 탄생』은 생명의 탄생이라는 한정된 정보에 주력하지만 여기에는 부모의 사랑과 아기의 성장이라는 보편적인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래서 생명의 탄생에 대해 궁금한 점이 많지만 체계적인 정보를 받아들이기는 버거운 아이들에게도 좋은 읽을거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