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말
제1부 꽃잎 우표
비가 오니 좋다 013/ 꽃잠 자는 튤립 014/ 꽃말 015/ 꽃잎 우표 016/ 달맞이꽃 017/ 도라지꽃 018/ 꽃 발자국 020/ 맨 앞줄 022/ 헌 잎 줄게 새잎 다오 024/ 나도 모르게 025/ 나비 026/ 꽃들만 신났다 028/ 놀다 가 030/ 어느새 032/ 숨바꼭질 034/ 벚나무가 하고 싶은 말 035/
제2부 아빠의 발바닥
아빠의 발바닥 039/ 외삼촌 별명은 검정 고무신 040/ 삼촌은 늦잠꾸러기 042/ 국수 044 틈바구니 045/ 미나리꽝 046/ 정애네 꽃닭 048/ 책 세상 050/ 우리집 항구 052/ 오줌싸개 외삼촌 054/ 할머니의 종이 탑 056/ 맷돌 호박 058/ 가래떡 059/ 나는 깍두기 060/
제3부 고추잠자리
부처님은 장난꾸러기 065/ 새들의 목욕탕 066/ 개미 068/ 고추잠자리 069/ 파도 070/ 나무가 되려 하네 072/ 붕어빵 073/ 어쩐지 074/ 할머니 아 하고 입을 벌릴 때 076/ 개구리처럼 077/ 스케치북 078/ 지렁이 춤 080/ 바다 그네 082/ 감자 눈 083/ 사마귀 집 084/
제4부 새털구름
밤새 눈이 왔다 089/ 달팽이 놀이터 090/ 밤눈 091/ 고양이 밥상 092/ 몽돌 바다 094/ 틈 096/ 물 한 모금 097/ 쥐가 고양이를 만나면 098/ 돌탑 100/ 화롯불 같은 노을 102/ 새털구름 103/ 게와 자라 104/ 다람쥐 두 마리 106/ 웃는 부처 108/ 개 109/
후기 : 오창화
시의 씨앗 찾기 111/
어린 시절부터 선생님은 비를 좋아했어요. 시골집 마루에 앉아 가만히 비를 바라보거나 비를 맞으며 마당에 고인 물에서 첨벙거리거나 우산을 쓰고 우산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듣거나 손바닥에 떨어지는 빗방울을 세어보기도 했어요. 별처럼 생긴 빗방울도 발견했지요.
비가 오니 좋다
장대비가 와서 더 좋다
마루 끝에 앉아서 빗소리 들으니 좋다
개도 개집에서 비를 보나 보다
꽃밭에 꽃들은 비를 맞고 있다
옥씨기 밭에 옥씨기
빗물 받는소리
호박잎 두드리고 가는 장대비
엄마는 비온다고 부침개나 해 먹자고 하신다
비가 오니
입이 신났다
―「비가 오니 좋다」 전문
강아지랑 놀던 아기가
샛눈 뜬 고양이가
창문 열고 밖을 내다보던 엄마가
비!
비 온다
비!
강아지랑 아기랑 고양이랑 엄마랑
마루 끝에 나란히 앉아
비 구경하는데
신났어
신났어
꽃들만 신났어
비 맞고도
꽃이 피네
활짝 피네
―「꽃들만 신났다」 부분
「비가 오니 좋다」, 「꽃들만 신났다」는 비 맞는 꽃들과 옥수수밭을 보는 모습이지요. 강아지, 고양이, 엄마와 내가 비 오는 풍경을 마루에 앉아 바라보면서 떠 오른 그림을 써 보았어요. 또 친구나 언니, 오빠들이 들려주는 옛날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말할 때 그 표정 하나하나 빠뜨리지 않고 듣기도 했어요. 어떤 때는 정말 무서워서 울기도 하고, 이야기 더해 달라고 조르던 기억이 나네요. 둥글게 앉아서 이불속에 발을 묻고 듣던 이야기들이 시를 쓸 때 많이 도움이 되었어요.
「외삼촌 별명은 검정 고무신」은 장난감이 없던 시절, 검정 고무신 하나면 심심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담았어요. 또 들어본 이야기 중에는 검정 고무신과 흰 고무신에 얽힌 무섭고 재미있는 옛날이야기도 있지만, 이번 시집에는 검정 고무신 갖고 놀던 이야기를 썼어요.
「오줌싸개 외삼촌」은 할머니한테 들은 이야기예요. 예전에는 이불에 지도 그리는 일이 종종 있어서 ‘오줌싸개’라는 별명이 생겨나기도 했지요. 밤에 자다가 이불에 왜 지도를 그렸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