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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권력과 사상통제
저자 김동준
출판사 역사공간
출판일 2024-05-31
정가 36,000원
ISBN 9791157076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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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머리에 7

여는 글 한국 사상통제의 풍경
좌익수 대상의 귀순 전략 19
출판과 독서도 국가의 안전과 존립을 위협? 35
공직 후보자 사상검증 폭력 47

제1부 사상통제 연구를 위한 서설

1. 사상통제 관련 쟁점과 접근방법론
사상통제 관련 이론적 쟁점 63
사상범 통제의 목적과 방법 81
사상통제의 정치·사회적 배경 95
접근방법론: 지구 권력의 장과 국가 권력의 장 110

2. 사상통제의 전사(前史: 조선과 일제강점기
조선의 사상통제 119
‘천황제’라는 근대 국가? 군부 파시즘과 지배체제 124

제2부 사상통제의 장(場, champ과 집행

1. 권력의 장과 사상통제: 전쟁과 폭력
냉전이라는 지구 권력의 장 141
6·25한국전쟁의 권력 장과 정치사상통제 160
정전체제와 남한 권력의 장 174
데탕트 이후 권력의 장: 준전시체제로서의 유신체제 181

2. 선전, 담론, 교육의 장
‘불순’의 담론 190
국체·국시 담론 197

3. 사법의 장: 국가보안법과 기타 사상통제법
한국 사법의 장, 형법 제정 집행의 담론과 정치 219
제정, 공포된 적 없는 국방경비법의 정치범 통제 224
한국 사상통제의 법제화, 국가보안법 228
사상통제 강화법으로서 반공법 249
유신체제하의 긴급조치 256
1990년 헌재의 국가보안법 한정합헌 결정의 의미 259

4. 행정집행의 장: 사상통제의 집행
사상통제의 주역으로서 경찰 266
‘국가 위 국가’로서 공안첩보기관 281
공안검찰의 정치성과 사상통제 293
전체주의 공간, 한국의 감옥 300
신체와 정신 통제기관으로서 군대, 학교, 공장 306

제3부 사상통제의 여러 장면

1. 전향공작
전향공작의 대상: 정전 이후의 좌익수 313
전향공작의 과정 326
전향공작의 특징과 전향거부의 논리 371

2. 사찰과 감시: 반공국민 만들기
요시찰인 사찰 396
재소 및 석방 좌익수 사찰: 보안관찰 417
국민감시체
한국은 사상통제의 긴 터널에서 빠져나왔나

한반도의 남북한 두 국가는 상대의 국가성을 부인하면서 70년 이상 준전쟁 상태에 있다. 남한에서 분단이란 1945년 이후 탈식민 독립국가 건설이 실패하고, 국가정체성이 민족성을 전면 부인하도록 강요한 상황이다. 그 이전 시기인 일제강점하에서는 일본 제국주의와 천황제 비판을 금기시하는 세상에서 살았고, 1948년 이후 남한 사람들은 북한 체제에 공감·지지하거나 미국을 비판하는 것도 불온시되는 세상에서 살았다. 결국 20세기 내내 한국인들은 중세 유럽 로마 교황청이 과학적 사고를 금기시하고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을 파문, 처형한 역사, 조선시대에 주자학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난 생각을 하는 사람을 사문난적으로 몰아서 탄압했던 것과 별로 다르지 않는, 반공·반미주의 도그마와 사상검열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살았다. 21세기 초입인 지금도 남북한 모든 한국인은 여전히 그런 세상에 살고 있다.

그래서 한국에서 ‘사상’이라는 말은 거의 금기어 혹은 피해야 할 용어에 가깝다. 즉 사상이란 사회주의 혹은 반체제 사상, 국가의 공식이념을 비판하거나 거부하는 사상을 주로 의미했다. 한국에서 특정 사상을 견지한다는 것은 언제나 위험한 일로 간주되어 왔고, 불이익과 탄압을 피할 수 없다는 생각이 일반화되어 있다. 지난 시절 한국의 비판적 지식인들은 책을 읽거나 일기와 메모를 남기는 일도 조심했다. 한국인들은 체제비판적인 이론이나 사상을 학습하거나 정치적인 생각을 주변 사람들과 나누다가 수사 당국에 걸려 곤욕을 치르거나 심지어 법적 처벌까지 받게 되는 것을 주변에서 많이 보았고, 교육·언론·출판·학술 영역에서의 제재는 물론 단순한 문화·예술적인 표현, 사적인 대화까지도 감시,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반공주의가 거의 준종교적인 도그마로 작동해온 한국에서 군사정권 시기에 청년기를 보낸 세대에게 사상통제는 거의 공기와 같이 익숙한 일이었다. 한국의 오랜 민주화운동은 바로 양심과 사상의 자유를 획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