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에게 말 걸고, 나에게 말 걸어주는 그림책
바쁜 생활 속에서 다른 사람의 말에 귀 기울일 여유와 시간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어른들은 고정관념과 편견에 사로잡혀 아이의 엉뚱한 말을 무시하거나 지나치기도 하지요. 『하고 싶은 말 있니?』는 이런 삭막한 세상 속에서 따스함을 뿜어내는 그림책입니다.
첫 장면에서 기린이 파란 동그라미 위에 오롯이 서 있습니다. 우주에 있는 수많은 것 중 오로지 하나의 대상만을 바라보고 이야기하는 듯합니다. 글은 따스하게 다가가기도 하고 마음을 살피기도 하며 모든 것에게 다가가 말을 건넵니다. 단순한 그림과 짧은 문장 속에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관심, 위로가 잔잔하게 녹아 있습니다.
빈 말 풍선으로 상상력을 자극하는 그림책
『하고 싶은 말 있니?』에는 비어 있는 말 풍선이 자주 등장합니다. ‘무슨 말을 하는 걸까?’ 하고 독자가 상상하게 합니다. 게다가 마지막 장면은 열린 결말로 끝납니다.“내 이야기도 들어준다고? 나도 하고 싶은 말이 많아. 그럼, 이제부터 내 이야기를 시작해 볼게.”라며 아이가 하고 싶은 말은 정작 책에 나오지 않습니다. 이야기는 끝이 나지만, 아이의 이야기가 무엇일지 독자가 스스로 상상하게 하지요. 또한 마지막 장면에서 한꺼번에 많은 말풍선이 등장하면서 존재하는 모든 것의 또 다른 이야기가 계속됨을 암시합니다.빈 말풍선도, 결말 이후의 이야기도 독자들의 상상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정답은 없습니다. 책에서 이야기하듯이 어떤 이야기든 괜찮은 것이지요.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보고 생각하는 그림책
이성표 작가는 자신만의 색깔로 어린이와 어른, 모두에게 다가갈 수 있는 그림책을 만들고 싶어 합니다. 작가의 바람이 그러하듯 『하고 싶은 말 있니?』는 어린이와 어른의 마음이 함께 공존하는 그림책입니다.“내 꿈은 사자가 되는 거야.”라는 글에서는 말도 안 되는 엉뚱한 대답이지만 아이들의 순수함과 동심이 느껴집니다.“보이는 것이 다가 아닐 때도 있지.”라는 글에서는 위트 있는 그림과 함께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