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루가의 노래가 먼바다에 울려 퍼질 수 있도록
흰고래 벨루가는 7살 아이만큼의 지능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자신이 수족관에 갇혀 있다는 걸 똑똑히 알고 있지요. 작품 속 고래들은 수족관을 ‘가짜 바다’라고 말하지만, 실제 수족관 환경은 그 가짜에도 미치지 못할 만큼 열악합니다. 벨루가의 몸길이가 4미터인데, 수조 깊이는 고작 7.5미터에 불과하지요. 바위도 모래도 없는 공간에서 벨루가들은 관람객들에 둘러싸여 플래시 세례를 받습니다. 유리벽 너머 해맑게 웃고 있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며 벨루가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요?
벨루가를 비롯해 많은 동물이 여전히 수족관과 동물원에 갇혀 있습니다. 덕분에 우리는 바다와 숲에 가지 않고도 쉽게 동물들을 만날 수 있지요. 하지만 우리의 호기심과 즐거움을 채우는 일이 한 생명의 삶을 통째로 앗아갈 만큼 가치 있는 일일까요? 벨루가의 사정을 알게 된 이상, 동물들을 마음 편히 관람할 수 없게 되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벨루가의 바다》는 그저 사람들을 꾸짖기 위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갇혀 있는 벨루가의 슬픔을 기억해 달라고, 대신 목소리를 내 달라고 도움을 구하는 이야기지요.
벨루가를 사냥하고 가두고 파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들을 다시 바다로 돌려보내기 위해 살피고 외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작은 관심이 모여 큰 힘을 이루고, 하나의 생명을 구하는 기적을 만들기도 하지요. ‘바다가 우리를 부르네. 고래들은 바다의 품에서 자유롭게 살아가지.’ 루하의 노래가 우리에게 들리지 않아도 좋으니, 먼바다에 울려 퍼질 수 있길 바랍니다.
책 속에서
고래들은 이곳을 감옥이라고 불렀다. 고래 감옥은 네모난 쇠 난간에 팽팽한 그물을 매단 채로 바다에 둥둥 떠 있다. 바다로 내려진 그물은 커다란 수조를 만드는 벽이 되었다. 사람들은 여러 칸을 다닥다닥 붙여 놓고 칸마다 어린 고래들을 십여 마리씩 가두었다.
본문 8쪽
아이들이 유리 벽을 쿵쿵 쳤다. 그 순간 노이가 그들을 향해 움직였다. 노이는 유리를 내리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