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포근하게, 때로는 솔직하게,
당신의 살림을 향한 다정한 안부
기껏 하면 현상 유지이고, 조금이라도 안 하면 티가 나는 게 살림이던가요. 늘 누군가는 감당하고 있기에 우리의 일상이 유지되고 있지요. 이 책의 주인공은 바로 살림이랍니다. 그렇다고 근사하게 미화된 모습이라거나, 푸념이나 투덜거림은 아니에요. 아침이면 어김없이 찾아와 주는 하루, 다 같이 함께하는 평범한 식사, 반복되는 일상을 비집고 나오는 작은 상상, 그리고 언제나 그 자리를 지키는 누군가. ‘살림’으로 드러나는 ‘삶’을 통해 평범하고도 특별한 매일을, 우리가 서로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아름답게 보여 주어요.
“하루를 소중하게 여길 수 있는 마음도 쳇바퀴처럼 정신없이 굴러가는 일상에서는 느끼기 어렵겠지요. 제가 그랬어요. 숨 가쁜 하루에 한 줌 여유를 갖기가 그렇게 어려웠어요. …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단일하게 존재할 수 있는 것이 이 세상에 있을까? 우리는 서로 기대고 의지하며 살아가는 존재더라고요.”(작가 인터뷰 중
때로는 희미하게, 때로는 선명하게,
우리의 사랑이 눈에 보이는 순간
하루를 깨우는 새벽의 푸르스름함, 밤사이 자란 식빵나무 너머 노란 빛, 설거지할 그릇 위에 닿는 햇살, 눈송이들의 빛, 따뜻한 목욕물 위로 피어오르는 온기, 잠든 우리 얼굴 위로 내리는 별빛. 때로는 재미나고 때로는 고단한 살림살이 너머로,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빛과 온기로 가득합니다. 작가가 “결혼을 하고 첫 아이를 보자기에 싸서 데리고 왔던 첫 집”을 배경으로, 아이들과 아이들이 아끼는 실제 물건들을 모델로 하여 그린 책 속의 그림들. 색연필로 차곡차곡 쌓아 올려 은은히 빛나는 그림들에는, 그 속에 깃든 애정이 보는 이에게 그대로 전해집니다.
“어느 날 모두가 잠든 밤 집 안을 돌아보는데, 제 손길이 닿은 살림들에서 빛이 나고 있었어요. 반짝이는 빛보다는 작은 온기에 가까우려나요. 지속적으로 손길이 닿은 존재들은 어느 순간 빛이 난다는 걸, 온기를 품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