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의 어린아이에게 《천자문》을 가르치는데, 읽기 싫어하여 야단치자 이렇게 말하더군요. ‘하늘을 보면 새파란데, 하늘 천(天 자는 푸르지가 않아 읽기가 싫어요.’ 이 아이의 총명함이 글자를 만든 창힐을 기죽일 만합니다.”
어찌 보면 공부하기 싫어 핑계를 대는 전형적인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보아 넘길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박지원은 달랐습니다. 누구도 알려고 하지 않는 당연한 이치를 궁금해하는 아이의 모습에서 남다른 ‘창의성’을 발견한 것이지요. 그렇다면 박지원은 이 아이에게 과연 어떤 답을 주었을까요?
세상 속에 들어가 사람들을 만나며 생생한 삶을 경험하고자 했던 박지원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틀에 박힌 답을 주진 않았을 것입니다. 김주현 작가는 가장 ‘박지원다운’ 답이 무엇일까 생각했고, 그 답을 찾는 과정을 《딴지 도령과 걸어 다니는 책》에 담아냈습니다. 이야기 속에서 박지원은 아이에게 말합니다. ‘문을 열고 나가면 재미있는 책들이 가득하다’고 말이지요. 그리고 똥 푸는 노인 엄행수를 가리켜 진귀한 책이라고 합니다. 책상 앞에 앉아 책을 읽는 것만이 공부가 아니라, 밖으로 나가 세상을 보고 듣고 마주하며 깨닫는 것 또한 아주 큰 공부라는 것을 일깨우기 위함이지요. 매사에 꼬치꼬치 캐묻는다고 혼나기나 하던 아이는 박지원과 함께 다니며 살아 있는 공부를 합니다. 그러면서 아이는 어느덧 진정한 공부에 한 발짝 다가서며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시작하지요. 그리고 박지원의 가르침에 감화하여 스스로 탐구하고 알아가는 일에 즐거움을 느낍니다.
공부하기 싫어서 요리조리 빠져나가려 하는 주인공 아이의 모습은 오늘날 어린이들의 모습과도 닮아 있습니다. 이런 아이에게 억지로 책상 앞에 앉아 공부하도록 강요하기보다, 한번쯤 ‘박지원식 공부법’을 권해 보면 어떨까요? 오늘도 변함없이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고 있는, 수많은 걸어 다니는 책들을 보고 배우도록 말이지요.
책의 말미에는 박지원의 생애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일대기를 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