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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초록 뱀이 있던 자리 - 문학동네 동시집 93 (양장
저자 김철순
출판사 문학동네
출판일 2024-07-29
정가 12,500원
ISBN 9791141606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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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1부 뒤죽박죽 내가 태어난 봄날
이른 봄 | 뒤죽박죽 내가 태어난 봄날 이야기 | 초록 바람 | 햇볕 좋은 날 | 멋진 돌을 키우는 법 | 볼펜은 | 맹꽁이 아니야? | 멀뚱멀뚱 | 고양이 울음 | 봄밤

2부 염소 흉내를 내며 놀았어
어느 날 아침 고양이는 | 풀밭에서 호랑이가 어흥 | 통통통 살찐 수박이 | 5교시 | 매미 | 오리는 꽥꽥 긴 울음 줄을 만들고 | 나리꽃이 넘치네 | 달리는 소문 | 말을 잘 못해도 괜찮아, 야옹

3부 아무도 보지 않을 때 훌쩍
오래된 집 | 문이 있어요 | 잠이 오지 않는 밤 | 첫눈 오는 날 | 눈사람 | 생각들 모여모여 | 심심한 고양이 | 채송화 | 울음나무

4부 고래가 저 먼 데서 손을 흔들고
베개 | 11살인 내가 오줌을 싸고 말았어, 말이 돼? | 뻥치기 엄마 | ㄱ자 놓고 낫을 모르겠다고요 | 내 동생은 1학년 | 늦잠을 위한 변명 | 무지개 | 감자 한 마리 | 쑥떡

5부 은비야, 부르면
목련꽃 | 벚꽃 | 강아지풀 생각 | 꽃물 들었어 | 여치 | 초록 뱀이 있던 자리 | 깃털 | 거미의 집 | 여름 눈사람 | 은비야, 부르면

해설_함기석(시인
풀이 염소를 삼키고 고양이가 멍멍 짖었지
세상의 질서에 균열을 일으키는 극적인 역발상

김철순 시인의 동시에는 눈을 빛내며 슬쩍 웃음 짓는 듯한 장난기가 담겼다. 시인의 천연덕스러운 상상은 현실의 규약을 훌쩍 뛰어넘어 독자를 낯선 곳에 데려다 놓는다. 무엇이든 가능한 시의 세계에는 무한한 상상과 자유가 넘실댄다.

이제 염소는
무서워서 풀밭에
다시는 오지 못할 거야

호랑이처럼 커진 풀들이
어흐흥 입을 쩍 벌리고
염소를 한입에 꿀꺽,
삼켜 버릴지도 모르니까

_「풀밭에서 호랑이가 어흥」 중에서

염소가 마음대로 짓밟고 뜯어먹던 풀은 어느 날엔가 몸집이 점점 커져서 호랑이처럼 된다. 이제 염소가 도리어 풀에게 잡아먹힐까 봐 가까이 가지 못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펼쳐진다. 강자와 약자의 구분을 가뿐히 뒤집는 시적 상상이 통쾌하다. 공고하던 질서가 무너져 “세상이 잠깐,/ 고장” 나면 좀 어떠한가(「5교시」. 거기에서부터 또 다른 꿈과 가능성이 시작될 수도 있다.

어디로 갈지는 나중에 생각하고, 일단 출발!
어린이의 갑갑한 마음을 풀어 주는 기운찬 상상

어느 날 아침 고양이는
어떻게 말했었는지 잊어버렸어

어흥, 이었나?
멍멍, 이었나?
찍찍, 이었나?

_「어느 날 아침 고양이는」 중에서

고양이는 하루아침에 제 말소리를 잊어버렸다. “이제 고양이는/ 어떤 말로 울어야 하나?” 고개를 갸우뚱하지만, 나 자신을 잊었으니 이제 ‘나’가 아닌 다른 무언가가 되어 보아도 좋을 것이다. “기존의 말을 잃어버리고 싶은 욕구, 그리하여 어제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되어 다른 말을 하고 싶은 욕구”(함기석는 정해진 대로만 울어야 한다는, 단단한 고정관념을 파괴한다. 고정관념이 사라진 자리에는 어디로든 갈 수 있는 수천 갈래의 길이 뻗어 있다. “어디로 갈지는/ 나중에 생각하고,/ 일단, 출발!”을 외치는 기세가 어린이답고 산뜻하다(「베개」.

할 수 없이 침대를 타고
노를 저어 바다로 나아갔어
이럴 땐 도망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