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에서
지금 한국정치는 비전도 전략도 없이 오직 집권욕에만 사로잡힌 여야 정치세력이 ‘적대적 공생관계’를 이루어 나라와 민생을 거덜내고 있다. 민주정치의 기본인 법치주의와 여론정치, 책임 정치가 실종됨으로써 나라의 기강 자체가 무너져 ‘이게 나라냐’ 하는 탄식이 절로 나오는 형국이다. 한국정치가 이렇게 난장판이 되었던 때는 없었다는 점에서, 물극즉반(物極則反 곧 사물이 극단에 치우치면 반전하게 되어 있다는 사물의 이치대로 이 난장판 정치는 반드시 극복되고야 말 것이다.
-서문중에서
이수정과 나는 학교 근처에 있는 그의 하숙방으로 갔다. 가는 도중에 만났는지, 그냥 이수정의 하숙방에 들렀다가 우리를 만났는지는 확실치 않으나 철학과의 서정복도 자리를 같이 하게 되었다.
마침 이수정이 집에서 가지고 온 포항 포도주가 한 병 있어서 셋이서 포도주부터 마셨다. 기분이 얼큰해지자 나는 내가 쓰려던 요지를 이수정에게 설명하면서 우리의 행동이 결코 ‘불순분자’들의 조종에 의한 것이나 어느 정치세력의 사주에 의한 것이 아니며, 대학생으로서의 순수한 양심에 의한 것임을 특히 강조하라고 했다. 나의 말을 듣자마자 이수정은 곧 방바닥에 배를 붙이고 엎드린 채로 선언문을 쓰기 시작했다.
- 100p
종숙부와의 대화는 마침내 “군이 쿠데타를 일으키는 것을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이르렀다. 나는 “국가를 위해서 매우 불행한 일이 될 겁니다.”라고 응대했다. 그리고 그의 아픈 곳을 찔렀다. “한국군은 식민통치에 저항했던 독립군이 독립 후에 군대의 주축을 이룬 버마와는 달리 일본 천황폐하를 위해 충성을 맹세한 일본군과 만주군 출신이 장악하고 있어서 우선 정신 상태에서 국민의 지지를 받기가 어려울 것이고, 4·19 혁명으로 모처럼 찾은 민주주의에도 역행하는 것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종숙과 나의 대화는 감정 섞인 언쟁이 되고 말았다. 이 와중에 그는 자신의 쿠데타 언급을 내가 그냥 허풍 떠는 것으로 듣는다고 생각했던지 일어나서 잡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