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투명과 반투명 : 물 얼음 눈에 관한 명상
001 유한하고 끝이 없는 힘 _ 김경태
028 투명한 침묵 _ 모모미
042 명확한 모호함에 관한 _ 안수향
056 순식간에 사라지는 기척들 _ 이옥토
070 Echo _ Wakako Kikuchi
084 Heim _ Arnaud de Wolf
098 투명한 물질의 마술과 관객 _ 김승일
104 얼음처럼 _ 이장욱
110 구름과 기화 _ 조해진
116 투명한 것과 없는 것을 혼동하지 않을 때까지 _ 김이듬
122 유리 상태 _ 김리윤
132 Water Memory _ Kazumasa Harada
146 Thundershowe _ Zhang An
160 Water Side _ Daisuke Yokota
176 Hard-Boiled _ Maximilian Koppernock
194 [연재 : 영화의 장소들] 고스트 하우스 리모델링_ 유운성
200 [연재 : 일시 정지] 센서처럼 보기 _ 서동진
208 [에디터스 레터] 오랜만에 소설을 읽는 내내 _ 박지수
210 The Glacier Is a Being _ Julian Stettler
눈과 마음을 매혹하는 물질에 관한 명상
반짝이는 것에 온종일 눈을 빼앗겼던 어린아이의 마음은 서랍 속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동글동글한 은빛 단추, 닳고 닳은 유리 조각, 손톱만 한 새하얀 조개껍데기, 푸른빛이 감도는 구슬, 윤이나는 작은 동전, 투명한 플라스틱으로 만든 주사위, 볼록 렌즈와 프리즘.... 아이는 그날그날마다 마음에 끌리는 것을 하나 골라 손에 쥐고 빛장난하며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작은 손가락 사이에서 작지만 반짝이는 물체를 통해 투과되거나 산란되거나 반사되는 빛은 그림자처럼 아이의 몸과 함께 아른거렸다. 그럴 때마다 호기로운 눈빛으로 바뀌던 고양이는 자리에서 일어나 잔뜩 기지개를 켠 후에 빛의 그림자를 밟기 위해 하얀 수염을 바짝 세우곤 했다.
가끔 사진가들의 인스타그램 피드를 살피다 반짝이는 것을 모아둔 아이의 서랍을 떠올릴 때가 있다. 물이 반쯤 담긴 유리컵, 공중에 떠 있는 비닐봉지, 창문에 맺힌 빗방울,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 파란 하늘을 헤엄치는 뭉게구름, 아스팔트에 떨어진 작은 열쇠, 바닥에 흩어진 유리 조각들, 유리컵에 담긴 얼음, 눈이 내린 좁고 기다란 길.... 대단히 특별한 무언가가 등장하진 않지만, 그다지 각별한 의미가 담긴 건 아니지만, 반짝이는 것에 오롯이 눈을 빼앗겨 셔터를 눌렀을 순간과 장면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그 이미지를 바라보면서 빛장난하던 아이의 마음을, 온 신경을 곤두세워 빛을 만지려는 고양이의 감각을 다시 더듬어 생각해 보게 된다.
보스토크 매거진 이번 호에서는 물, 얼음, 눈처럼 투명하거나 반투명한 물질을 통해 사진에서 극대화되는 빛의 반짝임을 함께 바라보고자 한다. 물이 얼면 얼음이 되고, 하늘에서 물이 얼면 눈이 내리며, 얼음과 눈이 녹으면 다시 물이 된다. 이처럼 응고와 기화, 승화 등의 과정을 거쳐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하고 순환하는 물, 얼음, 눈은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물질이다. 또한 무엇보다 투명하거나 반투명한 상태의 물, 얼음, 눈을 통해 투과되거나 산란되거나 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