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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오늘의 잠에게 (양장
저자 박새한
출판사 문학동네
출판일 2024-09-30
정가 15,000원
ISBN 979114160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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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밤 어둠이 오는 길을 따라
우리를 재우러 달려오는 너에게

하늘하늘 흩날리는 민들레 송이 위에 오도카니 몸을 누인 밤처럼 새까만 존재, 바로 잠입니다. 잠은 매일 밤 우리를 찾아와요. 태양이 지평선 아래로 넘어가는 길을 따라서, 부지런히 달리며 깨어 있는 모든 것들을 재우죠. 창문마다 들어찬 사람들도, 둥지 속의 새들도, 연잎 위의 개구리, 굴뚝 위의 고양이도 잠이 오는 길을 따라 고개를 툭툭 떨굽니다. 여기저기 바쁘게 오가던 잠의 눈에 문득, 방금 잠든 고양이가 들어와요. 동그랗게 몸을 말고 새근새근 숨을 쉬는 하얀 고양이는 세상 그 누구보다도 편안해 보입니다. 그러다 잠은 갑자기 깨달았어요. 정작 자기 자신은 여태껏 한 번도 자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요!

그런데 잠깐! “아니, 나는 왜 잠이 없지?”

잠은 어떻게 자는 건지, 잠들고 나면 그 다음은 어떻게 되는 건지, 누구에게라도 물어보고 싶지만 쉬운 일이 아닙니다. 잠이 가까이 다가가기만 해도 모두 쿨쿨... 잠들어 버리기 때문이에요. 잠은 어쩔 수 없이 혼자서 잠을 청해 봅니다. 먼저 몽실몽실한 민들레 씨앗 위에 누워 봐요. 부드러운 바람에 흔들리는 게 기분 좋지만 잠은 오지 않아요. 보송보송한 병아리 떼 위, 푹신한 산타 수염 위, 빵빵한 쓰레기 봉투 위, 평평한 게르 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마존강의 물결도, 시베리아의 바람도 잠을 재워 주지 못해요. 그렇게 잠은 세상을 한 바퀴 돌아 다시 그 자리에 털썩, 하얀 고양이는 여전히 잘 자고 있네요.

보는 이를 한 번에 무장해제시키는,
박새한의 방식으로 띄워 둔 위로

『오늘의 잠에게』는 모든 어른들이 갑자기 풍선으로 변한 세상을 그린 책 『아빠 풍선』에 이은 박새한 작가의 두 번째 그림책입니다. 그만의 스타일이 고스란히 담긴 ‘잠’ 캐릭터는 독보적인 사랑스러움을 보여 줍니다. 작가는 주로 모양자를 이용해 잉크로 라인을 그리고 선명하지만 부드럽게 번지는 마커로 채색하는 방식을 사용합니다. 평면적으로 디자인된 세계의 견고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