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 한 스푼에 상상력 두 스푼!
나유진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은 『웅크』의 세계관과 캐릭터에서부터 빛을 발한다. 치명적이고 무해한 엉덩이를 자랑하는 우리의 주인공 ‘웅크’가 자라나는 엄마 배 속은 아기 섬(아기집과 탯나무(탯줄가 있는 세상이다. 양수는 넓디넓은 바다로 표현되고, 그 안에 사는 입덧고래가 크게 출렁이며 헤엄칠 때마다 엄마는 입덧을 느낀다.
웅크를 구성하고 도와주는 존재들의 등장도 신선하다. 웅크가 아기섬에서 눈뜬 순간부터 늘 웅크에게 찰싹 붙어 있는 껌딱지 ‘뉴렁이’는 태아의 뇌 신경체인 ‘뉴런’을 형상화한 것이다.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마그네슘 등의 영양소는 각각 ‘탄이’, ‘단이’, ‘방이’, ‘슈미’라는 이름을 가지고 등장해 웅크가 잘 자라도록 돕는다.
모든 아기는 ‘빛’에서 분리된 ‘빛덩이’라는 설정에서도 작가의 섬세한 감성과 창의력을 엿볼 수 있다. 빛덩이는 제각기 자기만의 목적을 품고 있다. 탄생, 또는 육체의 경험 자체가 목적일 수도 있고, 누군가를 돕고 살리는 것이 목적일 수도 있으며, 소중한 운명의 존재를 만나는 것이 목적이기도 하다.
빛덩이가 무사히 태아가 되어 자라고 태어날 수 있도록 수호하고 돕는 존재가 있는데, 바로 ‘길잡이’다. 웅크의 길잡이는 거북이로 형상화한 ‘자비’다. 거북이나 토끼, 판다나 고릴라… 특별한 이유 없이 마음이 끌리고 애착이 가는 동물이나 사물이 있다면, 그건 우리가 태아 시절 만난 길잡이와 닮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모두 280일 동안 넘치도록 사랑받았고, 치열하게 성장했다!
세상을 알아가고 엄마 아빠의 사랑을 느끼며 치열하게 또 사랑스럽게 자라나는 웅크의 성장기를 보고 있자면 잊고 있던 순간들이 떠오른다. 하나의 세포에서 사랑스러운 아기가 되기 위해 꼬물꼬물 들인 노력, 사랑과 보살핌 속에서 세상과 ‘나’를 배워가던 기억, 그리고 이제는 희미해진 내 안의 빛이 가장 빛나던 순간까지. 웅크의 여정을 나도 똑같이 겪었음을 깨닫고 나면, 어느새 웅크를 응원하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