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억을 담아놓는 공간입니다. 종이 위에 지금을 새기고,
우리의 기억이 덧대져 추억이 되죠. 하지만 어떤 기억은 꺼내보기 무섭고,
꺼내면 나의 예전 상처나 죄책감이 아직 사라지지 않았을까봐,
차라리 보이지 않는 곳에 넣어두기로, 아니, 아예 그런 생각조차 하지 않기로 결심하게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기억이란 뜬금없이 고개를 들이밀곤 합니다. 처음 떫은 맛을 알았던 때,
자전거를 타고 처음으로 첨성대를 보았던 날,
마루 밑에 들어갔더니 갑자기 나타난 찹스틱을 만난 순간.
그리고 그때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이해하게 된 어른들의 모습까지.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다시는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면
우리는 어둠 안에 감춰두었던 앨범을 꺼내어 둘 수 있게 됩니다.
〈동생이 생기는 기분〉을 그린 이수희 작가가 펴낸 경주편,
〈사진의 기분〉은 그 과정을 그려낸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