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북송 초에 주희가 제창한 성리학, 곧 신유학은 이후 중국에서 정치.사회 엘리트의 정통 이념이 된 이후, 약 700년 동안 과거 시험의 이념적 기초이자 교육 훈련의 핵심이 되었다. 또한 신유학은 한국, 일본, 베트남으로 확장되고 더욱 발전하여 지적, 제도적, 사회적 관행을 형성하였을 뿐만 아니라 그 지적 유산은 오늘날 중화권에서 여전히 지속되어 현대 신유가(New Confucianism로 활력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지난 천년 동안 주희는 의심할 여지없이 가장 중요한 중국 철학자였다. 그의 유산 및 영향력, 그리고 그가 발전시킨 체계적인 철학의 정교함의 측면 모두에서 그렇다. 하지만 주희가 자신의 철학을 체계적으로 구축함에 있어 불교의 사상과 철학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아직 제대로 탐구되지 않았다. 불교나 유교를 연구하는 학자들에게 있어, 신유학에 미친 불교의 영향은 매우 흥미로운 주제이지만, 이 분야를 연구하기 위해서는 불교와 유교 두 방면의 방대한 자료들을 모두 연구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주희가 그의 철학적 사상에 포함시킨 매우 광범위한 지적 자원들을 조명함으로써, 불교에서 파생된 모델들이 그의 철학적 레퍼토리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2.
불교가 신유가 사상에 끼친 영향에 관해 널리 알려진 견해 중 하나는, 다음과 같은 푸웨이쉰(Charles Wei-Hsun Fu, 傅偉勳의 자극-반응 가설이다. “주로 대승불교사상의 도전과 자극을 통해 … 정통 신유학자들은 초기 유교경전에 있는 근본 원리에 대한 형이상학적.종교적 요점을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깨닫기 시작했다. 이 원리에 대한 재정립은 중국의 (대승불교를 강력하게 공격할 수 있는 주요한 철학적 무기로서 이러한 원리들을 재정립하였다.” 역사학자 피터 볼(Peter K. Bol은 이와 밀접한 견해에 주목하는데, 그에 따르면 신유학자들은 불교의 리(理와 도교의 기(氣 같은 철학적 개념들을 차용함으로써 그들의 철학에 더 나은 윤리적 기초를 마련할 수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