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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여행하는 목마 - 문지아이들 (양장
저자 보탄 야스요시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출판일 2024-09-10
정가 17,000원
ISBN 97889320430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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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다정한 인사 “즐거웠어. 고마워!”
어느 마을 유원지에 있는 하얀색 회전목마는 자신의 이름을 가지고 있다. 바로 ‘블랑’. 주말마다 찾아오는 남자아이가 붙여 준 이름이다. 아이를 태우고 음악이 시작되면, 주변 경치는 갖가지 색의 물결로 물들고, 마치 등에 탄 아이와 단둘이 하늘을 날고 있는 듯 회전목마는 아름답게 돌아간다. 하지만 계절이 여러 번 바뀌고 그렇게 인기가 많던 회전목마도 타는 사람이 뜸해지더니 마침내 다른 곳으로 팔려 가게 된다.

남자아이와도 아쉬운 이별을 하고 항상 함께한 형제 목마, 유원지의 친구들과도 헤어지게 된 블랑은 오랜 세월 동안 다양한 장소를 여행하며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친구들과 헤어져 매일 풀이 죽어 달리고 있던 블랑에게 다가와 “즐거웠어, 고마워” 하고 인사해 주는 아이 때문에 힘을 얻기도 하고, 생애 가장 아름다운 출발인 결혼식에서 행복한 신부를 태우기도 하며 어느 곳에 있든 귀를 쫑긋 세우고 최선을 다해 달린다. 블랑은 아직도 누군가를 태우고 함께 즐거워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해하며 마음에 차곡차곡 추억을 쌓아간다.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살아가는 블랑의 모습은 뿌리 깊은 나무처럼 든든하고 강건하다.

하지만 세월의 흐름 속에서 이곳저곳 페인트가 벗겨지고 하얀 몸도 빛을 잃고 달릴 때마다 끼익끼익 소리가 나던 즈음 어느 노인의 다정한 손길이 블랑을 따뜻하게 감싸 안는다. 바로 블랑이라는 이름을 지어 준, 노인이 된 소년을 만나게 된 것이다. 어느덧 목마에게 다가온 여정의 끝에서 다시 만나게 된 남자아이. 시간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둘의 만남은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유한한 시간의 끝자락에서 만난 소년과 블랑은 따뜻한 시간을 보내고, 둘은 시간의 흐름 앞에 결국 헤어지게 되지만 또 다른 멋진 만남이 블랑을 기다리고 있다.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소중한 출발을 하게 된 블랑! 쓸모를 다 한 줄 알았던 자신이 누군가를 태우고 함께 기쁨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