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몸을 돌보는 음식이고, 빵은 마음을 돌보는 음식이지요.”
영혼의 온도를 올려 줄 이야기 한 그릇
다정 죽집은 할머니 할아버지가 한평생 일한 곳이다. 못생긴 팥, 벌레 먹은 팥, 한 알 한 알 정성스럽게 골라낸 팥으로 정성스럽고 고집스럽게 가마솥과 오래된 부엌 도구들을 이용해 오래 끓여 만든 팥죽은 할머니 할아버지의 삶과 닮았다. 세월이 흘러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할머니는 큰 슬픔을 주체하지 못하고 한 계절을 꼬박 앓아누우셨지만, 다시 동짓날이 돌아오자 팥죽을 찾을 손님들을 위해 다시 힘을 내어 장사 준비를 한다.
“팥죽은 혼자 먹으면 맛이 없는 음식이거든요. 나눠 먹어야 참맛이 나죠. 주걱으로 가득 떠서 큰 사람, 작은 사람, 늙은 사람, 젊은 사람, 고운 사람, 미운 사람 나눠 먹어야 배 속까지 뜨끈하게 데워진답니다.” -본문에서
많은 음식 중에서도 팥죽은 할머니에게 언제나 몸을 돌보는 음식이었다. 어린 시절 감기에 걸렸을 때, 세 딸을 낳고 몸조리를 할 때, 아파서 병원 신세를 질 때도 팥죽은 할머니의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 주었다. 손님들에게도 그러한 음식이 되길 바라며, 할머니는 “팥죽을 팥죽답게” 끓이며, “한 그릇에 두 주걱을 더 담은” 다정한 마음으로 그 자리에서 손님들을 맞이해 왔다.
꾸밈없고 한결같은 ‘다정 죽집’의 존재는 우리가 잊기 쉬운 삶의 본질을 깨닫게 한다. 지루해 보이지만, 성실하게 이어온 반복된 하루가 결국 내일의 기적으로 돌아온다는 위로와 진실을 전한다.
평생 죽을 끓여 온 우리더러 빵을 만들라고?
말하고 움직이는 부엌 친구들이 지키는 특별한 가게
가마솥과 주걱, 사발과 홍두깨 그리고 인두는 다정 죽집의 세월을 함께해 온 부엌 친구들이다. 할아버지가 살아 계실 적 팥소를 얻어먹고 가던 길고양이 ‘팥냥이’가 어느 날 꾹꾹이를 해 주고 간 이후로 말하고 움직일 수 있게 된 부엌 친구들은 앞으로 보름 후면 가게 문을 닫아야 한다는 건물 주인아저씨의 통보에 벼락을 맞은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