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관련 뉴스를 접할 때면, 많은 한국인들은 벽에 마주한 느낌을 받곤 한다.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벌이는 것도, 러시아식 민주주의라는 것도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러시아의 행보가 우리에게 기이하게 보이는 까닭은 사실 우리가 특정 관점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자유주의 세계관이다. 물론 자유주의의 관점에서 볼 때 뚜렷하게 드러나는 진실도 있기 마련이지만, 그것은 부분적인 진실일 뿐이다. 저자는 당면한 현안에서 살짝 비켜서서, 과연 러시아가 어떻게 세계를 바라보고 있는지를 살펴보자고 제안한다. 그렇게 양쪽 모두의 관점을 파악하고 있을 때 정확한 인식이 가능할 테고, 이에 따른 적절한 대처가 이루어질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러시아는 세계를 어떻게 바라볼까? 저자는 이 질문을 두 차원에서 풀어나간다. 하나는 역사적 차원이다. 천 년 전 러시아의 태동부터 몽골의 피지배 시기, 표트르 대제의 서구화, 소비에트 연방의 형성과 뼈아픈 해체, 그리고 러시아의 재건에 이르기까지 장대한 시선으로 러시아의 역사를 살펴본다. 임명묵 저자는 이 기나긴 역사적 여정을 특유의 필력으로 요령 있게 담아낸다. 제국적 토양 위에서 동과 서 사이의 진폭을 감당하며 빚어낸 러시아의 정체성, 그리고 그들의 고민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독자들은 러시아 역사의 통시적 맥락에서 오늘날의 사안들을 조명해볼 수 있을 것이다.
다른 하나는 사상적 차원이다. 저자는 푸틴 정부의 배경에 자리한 신유라시아주의가 무엇인지 상세하게 살펴본다. 신유라시아주의는 정부 정책에 직접적으로 관계하지는 않지만, 이른바 세계관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외부자들이 볼 때는 마치 ‘러시아가 다른 세계와 절연하려는 건가?’ 싶을 정도로 무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는 신유라시아주의 관점에서 볼 때 정연하고 당연한 수순으로 이루어지는 행위들이다. 이 책은 그러한 신유라시아주의가 어떻게 누구에 의해 형성되었으며, 그 내용이 무엇인지 자세하게 추적해나간다.
아울러 저자는 러시아의 신유라시아주의를 전지구적